괴산 올갱이국, 서울식당 냇가의 바위를 하나 잘 골라 뒤집으면 찌그러진 냄비의 반을 채울 올갱이가 있기도 했답니다. 그 자리에서 푹 삶아 속살을 쏙쏙 뽑아먹기도 하고, 아욱 등 푸성귀를 넣고 토장국을 끓여먹기도 했지요. 충청도 괴산인 고향을 떠나 서울 사직동에서 올갱이 해장국집을 운영하는 소병래(43)씨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집집마다 장맛이 다르듯 올갱이국 역시 음식점마다 다른 맛을 냅니다. 된장을 넣지 않고 끓이기도 하고, 들깨를 넣기도 한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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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부분 올갱이를 물에 담아 잔모래를 빼고 삶아 건진 뒤 초록색 국물에 된장을 풀어 끓입니다. 삶아서 빼낸 올갱이 속살은 밀가루에 한번 굴려서 펄펄 끓을 때 아욱.부추와 함께 넣는다고 합니다. 그래야 올갱이의 쌉쌀한 맛이 가시고, 국물도 걸쭉해져 맛이 좋아진다고 하네요. 맛있게 먹으려면 한꺼번에 밥을 말지 말고 조금씩 말아먹는 게 최고라네요. 기호에 따라 산초나 청양고추로 가미를 해도 좋다고 해요. 괴산시외버스터미널 건너편에 있는 서울식당(043-832-2135)에선 올갱이 해장국 한 그릇에 5000원을 받습니다. |
전주 콩나물국밥, 왱이콩나물국밥 시장으로 향하는 동안 길가에 환히 불 밝히고 있는 음식점들엔 한결같이 '콩나물국밥'이란 간판이 걸려 있었습니다. 시장도 마찬가지지만 음식점 실내엔 술독을 푸는 속풀이 손님보다 가볍게 허기를 달래고 일터로 향하려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같은 콩나물을 쓰면서도 전주 콩나물국밥은 묘하게 두 가지로 나뉘더군요. 삶은 콩나물을 넣고 국물로 말아내는 남부시장 스타일이 있고, 밥과 콩나물국을 넣어 팔팔 끓여내는 삼백집 스타일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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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남부시장식은 찐 반숙 계란을 따로 내주고, 삼백집식은 프라이한 반숙 계란을 내줍니다. 남부시장식은 삼백집식에 비해 국물이 뜨겁지 않아 성격이 급한 사람에게 적당하다고 하네요. 전주 콩나물국밥은 일반 주부가 이른 아침 변변한 반찬이 없을 때 후다닥 끓여내던 것이 상품화한 것이라고 합니다. 특이한 점은 콩나물이 서울에서 보던 것과 다르다는 거였어요. 전반적으로 작고 잔뿌리가 없더군요. 그래도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나더라고요. 이게 바로 콩나물국밥 하면 "전주! 전주!"하는 까닭이라고 왱이집 주인아주머니가 설명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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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북엇(황태)국, 황태연가 그러나 아쉽게도 강원도 속초에서 답을 얻지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북어나 황태를 만들기는 하지만 그곳 바닷가 사람들은 제철 생선으로 그때마다 맑게 또는 얼큰하게 끓여 먹는다고 하네요. 그래도 명태의 고장인 속초에서 드문드문 북엇(황태)국의 흔적은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우선 황태는 한국전쟁 때 함경도에서 넘어온 피란민들이 그곳 겨울 날씨와 흡사한 진부령 일대에서 명태를 말리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네요. 덕장에 걸린 명태가 밤에는 얼고, 낮에는 녹으면서 겨울이 끝날 쯤 되면 노란 황태로 변신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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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는 속살이 보슬보슬해 물의 흡수가 빠르고 영양성분이 국물에 잘 빠지기 때문에 맛있는 해장국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미시령의 황태연가 권혁선(46) 사장이 알려줬어요. 황태국에는 두부를 넣거나 계란을 풀어 끓여야 맛이 더 난다고 하네요. 고춧가루는 미리 넣고 끓이기보다 먹기 전에 넣어야 깔끔하고요. 기호에 맞춰 깨소금이나 후춧가루를 추가해도 좋다고 속초 사람들이 가르쳐 줬어요. 미시령 황태연가(033-635-8828)에선 6000원을 받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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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돼지국밥, 송정돼지국밥 음식점 앞을 지날 때마다 국밥 마는 아주머니의 외침이 요란하네요. 코끝에 와 닿는 구수한 냄새의 유혹에 결국 한 집으로 발을 들여놓고 말았어요. 부산 돼지국밥엔 내장이 없고 순 살코기만 담겨 있어요. 돼지국밥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머리고기도 없어요. 앞다리 살.삼겹살이 대부분이네요. 내장을 좋아하면 주문할 때 미리 이야기를 해야 넣어 준답니다. 고기는 의외라고 생각할 정도로 무척 부드러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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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는 따로 삶고 돼지 뼈를 곤 국물에 말아 낸다네요. 간은 새우젓으로 맞추는 게 기본. 그러나 국밥답게 먹으려면 반찬으로 나온 전구지(부추)무침을 넣거나 풋고추용 막장 혹은 고기 찍음장으로 나온 초간장을 넣어 간을 맞추기도 한대요. 일제시대를 거쳐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면서 먹을 것이 없을 때 싼 값으로 여러 사람의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 먹던 게 돼지국밥의 시작입니다. 다른 경남 지역에서도 두루 먹는데 '부산'이란 지명이 붙은 건 피란 생활을 하면서 부산에서 맛본 사람들이 많아서란 설이 유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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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선짓국, 청진옥 어릴 적부터 자주 들어 그런지 '청진동 해장국 골목'이란 단어가 무척 익숙했습니다. 나이가 들며 슬슬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결국 술을 마시기 시작한 지 한 달도 채 안 돼 청진동에 들어섰습니다. 첫 경험의 기억은 놀라움 자체였습니다. 우선 해장국집이 즐비할 거란 예상과는 달리 몇몇 가게만 불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청진옥'이란 상호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동네 터줏대감인 선지해장국집이랍니다. 손님 중에는 선지를 뚝뚝 잘라 술안주로 먹는 사람도 있었고, 국물을 후루룩 마시며 속을 달래는 사람도 보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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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동이 한창 명성을 날리던 1970~80년대엔 선짓국집만 10곳이 넘었다네요. 늦은 밤보다 새벽 시간에 손님이 줄을 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통행금지가 없어지면서 청진동 해장국 분위기도 가라앉아 지금 같은 모습이라고 하네요. 청진옥 3대 주인 최준용(38)씨에게 들은 이야깁니다. 청진동 해장국의 뿌리는 조선 말기로 올라갑니다. 근처에 땔감 장터가 있어 자연스럽게 이들을 상대로 한 술과 밥을 파는 집들이 들어섰다고 합니다. 24시간 가마솥에서 푹 고아낸 소뼈 국물에 밥을 말고 선지.우거지.콩나물.파.내장 등을 듬뿍 올려 다시 국물을 여러 번 부었다 따랐다 하며 밥을 데워 냅니다. 뚝배기에서 바글바글 끓지 않아 후다닥 먹을 수 있었고, 선지 덩어리는 좋은 술안주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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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재첩국, 강변할매재첩회식당 이쪽 방언으로 갱조개(강조개란 의미)라고 하는 재첩입니다. 크기는 작아도 영양은 아주 높아 '조개 중에 보약'이란 말이 있을 정도랍니다. 예전에는 낙동강에서도 많이 잡혔는데 하구가 오염되면서 그 명성을 하동에 넘겨주었다고 하네요. 그렇지만 아직도 부산 사람들은 낙동강 재첩국 맛을 못 잊어 하동으로 해장 여행을 오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사실 재첩은 가난하던 시절 이 동네 사람들의 끼니를 해결해 주는 생계수단이었습니다. 남편이 강에서 조개를 캐오면 아내는 그것을 삶아 머리에 이고 나룻배를 건넜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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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에는 요즘 수입산 재첩 논란이 심한 모양입니다. 외지에서 재첩국을 맛보러 오는 사람들이 늘면서 일부 업소에선 중국산을 쓰는 모양입니다. "재첩은 여름에 잡아 냉동시켜 두었다가 겨우내 사용합니다. 겨울에 나오는 재첩을 보면 섬진강 것인지 수입산인지 바로 알 수 있지요." 섬진강변 신방촌의 한 음식점 주인에게 들은 말입니다. 강변할매 재첩식당(055-882-1369), 하동할매 재첩식당(055-883-8520), 신방재첩식당(055-882-3745). 하동의 대부분 업소에서 밑반찬 7~8가지랑 내고 일인분에 7000원을 받습니다. |
아바이 순댓국, 신의주찹쌀순대 신촌점 순댓국 한 그릇을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말끔하게 먹어 치운 빵빵한 배가 연상되는 표현이라 입가에 웃음이 돕니다. 순대 속에는 한마디로 지방.단백질.탄수화물에 온갖 무기질과 비타민까지 듬뿍 들어간다는 얘기고, 그렇다면 영양학적으로 완전식품이란 말이네요. 이런 음식을 뜨거운 국물에 말아서 먹으니 소화도 잘 되겠네요. 그런데!!! 술에 취해 순댓국으로 해장을 한다면? 살찔 걱정은 약간 남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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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순대는 수라상에 올라가는 궁중음식이었어요. 요즘 고기가 흔하다 보니 장터에 걸터앉아 먹는 서민음식으로 전락한 거죠."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인근에서 신의주 찹쌀순대집을 운영하는 유민수(51) 사장이 이렇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순대는 모두 흑갈색이 아니라 선지를 적게 넣어 밝은 색깔도 있어요. 아바이 순대의 속 내용물이 차츰 당면으로 바뀌면서 길거리표 순대도 등장했지요. 나름대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맛이지요. 요즘은 배추와 양배추까지 들어간 충청도 병천순대라는 것도 유명하고, 암퇘지 내장만 쓴다는 전라도 암뽕순대도 업그레이드 순대 대열에 합류했답니다. |
곰탕.설렁탕은 해장식? 보양식? 해장국은 일반적으로 찬밥을 뜨거운 국물에 말아낸 국밥 형태의 음식이다. 더불어 술독에 찌든 속을 풀어 주는 효과를 중시한다. 이 개념으로 보자면 곰탕.설렁탕.갈비탕.복국 등도 해장국 대열에 빠질 수 없다. 실제 이들 음식으로 속을 달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이들은 해장국보다는 제대로 된 식단의 고기국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옛날 요리책에는 곰탕 등의 요리법은 등장하지만 서민음식인 해장국은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일부 해장국은 '밥 따로 국 따로' 나오기도 하지만 해장국은 역시 말아낸 게 최고다. |
출처 : http://kr.blog.yahoo.com/gugi_hel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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