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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DOOR

산에서 밥 맛있게 해먹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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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밥 맛있게 해먹는 법

모처럼의 장기산행을 가면 원없이 걷고 자연을 만끽하는 즐거움에 더해 또하나를 더 즐기게 된다. 바로 산에서 해먹는 한끼 밥이다. 당일 산행에서 도시락이나 라면 아닌 밥을 해먹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밥을 해먹는다는 건 나같은 사람의 경우 어렵게 시간을 내 1박 이상의 산행을 갈 때에만 해당된다. 당일산행 가면서 시간 잡아먹어가며 밥해먹을 정도로 여유있는 산행은 잘 안가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지리산이나 설악산 같은 경우엔 취사가 허용되는 대피소의 취사장에서 밥을 지어 먹어야 한다. 지리산 뱀사골이나 설악산 희운각 같으면 밖에서 알아서 해먹어야 하지만. 하지만 부산에서 가까운 영남알프스의 산에서는 아직은 여유있게 마음에 드는 계곡가에 텐트치고 자리잡아서 밥을 해 먹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단, 물이 어느 정도는 깨끗한 계곡이어야 하고 또 먹은 뒤처리는 산 다니는 사람의 양심대로 할 일이다. 이 정도 기본적인 조건만 충족된다면, 산에서 먹는 밥 맛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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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층밥이 무서원 산에 이런 걸 들고 다닐 수는 없는 법.





그렇지만 산에서 밥짓는 요령을 모르는 상태에서 집에서 하듯이 밥을 지을 생각이라면, 안타깝지만 전설처럼 떠도는 삼층밥을 먹을 수밖에 없게 된다. 하긴 집에서 그냥 솥에 밥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마는, 또 집에서 밥하는 남자는 얼마나 있을까만(남자가 밥을 하는 경우다. 성차별적인 언급은 아니니 오해말길).
산에서는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기압이 낮아지기 때문에 대략 해발 1000미터 안팎만 올라가도 낮은 곳보다 물의 끓는 점이 낮고 버너의 화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따라서 밥짓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제대로 밥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산에서 쉽고 편하게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을까.


첫째로 쌀은 미리 씻어서 간다.


 

산에서 맛있는 밥을 지어 먹으려거든 산에 가기 전날 밤쯤 쌀을 미리 씻어 두는 것이 좋다. 씻어서 밤새 불린 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물을 빼두면 무게도 크게 늘지 않아 큰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 여름철에는 부패의 위험이 있지만 불린 쌀을 물만 잘 빼서 가져가면 하루 정도는 크게 문제없다. 정 불안하면 등산 초입에 씻어 올라도 된다. 쌀을 씻어두지 않고 바로 씻어서 밥을 지으면 쌀에 수분흡수가 되지 않아 겉은 익고 안은 설익은 밥이 지어진다. 또 여름이라도 지리산 능선의 대피소에서 쌀을 씻으면 말할 수 없이 손이 시리기도 하고 갈수기에는 그나마 물받는데만 몇시간씩 기다려야 하므로 시간을 절약하는 이점도 있다.


둘째로 물은 조금 많은듯이 부어야 한다.


 

앞서 말했듯 높은 산에서는 기압이 낮아 물의 끓는점이 낮고 버너의 화력이 약해지기 때문에(요즘은 버너가 잘 나와 휘발유 버너든 가스 버너든 화력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는 것 같지만) 밥짓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또 잘 끓어넘치기 때문에 밥물을 집에서보다 넉넉히 붓고 지어야 한다. 자주 뚜껑을 열면 김이 새 밥맛이 덜어지기 때문에 너무 자주 뚜껑에 손대지 말고 진득하게 코펠을 쳐다보고 있어야 한다. 남정네들이 그 정도 공력이 있을까만은 냄새로 밥이 지어지는 정도를 확인하는 게 좋다.


셋째로 물이 넘치면 적당히 더 붓는다.


밥물이 너무 많이 끓어넘친 것 같다면 뚜껑을 열고 물을 골고루 더 붓고 숟가락으로 약간 섞어준다. 그래도 밥이 설 익었다면 물을 적당히(이 적당히가 중요하다.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는 아인슈타인도 알 수 없다) 조금 뿌린 다음 뚜껑(플라스틱 손잡이가 달린 뚜껑이 아닌 후라이팬 형의 뚜껑)을 덮어 버너에 거꾸로 올려서 더 뜸을 들인다. 이 정도만 알면 산에서 삼층밥에 눈물짓는 경우는 줄어들 것이다.


넷째로 코펠은 바닥이 두꺼운 게 좋다.


 

밥을 지을 때 코펠이 두꺼우면 달궈지는 데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리겠지만 열이 골고루 전달돼 밥이 더 잘 된다. 또 흔히 나오지는 않지만 둥근 코펠보다 사각형 코펠이 열 전달 면에서 뛰어나다고 한다. 산행장비 중에서도 코펠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이 많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구입하면 쉽게 바꿀 수도 없으니 처음 코펠을 살 때 장비점 직원에게 물어보고 설명도 들어보고 조금 비싸도 좋은 걸 사는 게 여러모로 이득이다. (비싼게 좋지만 스노피크의 티타늄 코펠은 그래도 너무 비싸다. 주머니 사정만 여유 있다면 그걸로 바꾸고도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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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피크에서 나온 티타늄코펠이다. 가격은 물경 7만5000원.





마지막으로 밥이 제대로 안되었다고 실망하지 말고 그 상황 자체를 즐기는 것이 좋다.


어차피 집 떠나 산에 와서 집에서 먹는 밥과 똑같은 바라진 말자. 산에서 마신 맑은 공기만으로도 족하지 않은가. 거기에 더해 밥을 얼마나 맛있게 짓는가 보다는 탄 밥이든 설익은 밥이든 얼마나 맛있게 먹는가가 더 중요한 일이다. 어쨌든 삼층밥을 짓더라도 삼분의 일은 제대로 된 밥이니까.


#부록-귀차니스트를 위한 두끼 해결법


혼자 산행할 때 가끔 이렇게 한다. 먼저 한번 밥을 해 두 끼 먹기. 등산용 스텐레스컵 하나 분량이면 대략 2인분이다. 저녁 먹을 때 한꺼번에 해서 절반만 먹고 절반은 코펠에 남겨둔다. 다음날 새벽에 귀찮게 다시한번 밥짓는 과정을 되풀이하는 대신 남은 밥에 물만 붓고 누룽지 끓이듯이 끓여 후루룩 한다. 새벽에 일어나 밥맛없을 때 먹기 간편하고 소화도 잘 된다. 또 설거지 할 필요도 없다. 물로 헹궈 한번 더 마시고 휴지로 깨끗이 닦기만 하면 된다. 고산에서는 여름이라도 밤새 상하는 일은 없다.
이도 귀찮으면 최후의 방법이 있다. 포장된 즉석죽을 산다. 보통 한 봉지가 4~5인분이다. 절반씩 나눠 저녁과 다음날 아침을 해결하면 된다. 힘든 산행 뒤에 지친 몸으로도 소화가 잘되고 한끼 2인분 분량을 먹으면 포만감도 그만이다. 단점이라면 좀 없어보인다는 것과 이에 따른 약간의 우울증이 동반된다는 것. 내가 산에 다니면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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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렌지가 있으면 모를까 물끓여 먹기 번거롭고 쓰레기 문제까지. 산에서는 별로다.




요즘 잘 나가는 햇반도 있는데 산에서는 썩 권할만한 방법이 아니다. 2000년 여름 덕유산 향적봉 대피소에서 하룻밤 잘 때 두끼를 먹었는데, 한끼 식사는 되지만 밥하는 재미도 없고 물은 물대로 끓이고 시간도 만만찮게 걸리니 이후로 두번다시 쳐다보지 않았다.


-2007.2.21


출처 : http://blog.naver.com/oldtrekker/110015105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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