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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in Korea

남해 드라이브코스 및 산행(숙박,먹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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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흘산~응봉산 미니 종주]
2km가 넘는 긴 성곽 암릉길 가며 망망대해 조망

산악지대의 면적 분포가 매우 높은 축에 드는 남해도는 남해 금산만 없었다면 전국적 명성을 누렸을 산들을 여럿 가지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두 산이 호구산(虎丘山)과 설흘산(雪屹山)이다. 어느 산이 더 좋은 산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바다 조망이 광대하기로는 설흘산이 외려 금산을 앞서는 게 아닌가 싶다.

금산은 사실 등산 대상지라기보다는 탐승지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차량으로 산정 가까이까지 올라가서는 가볍게 한두 시간만에 금산 탐승을 끝낸다. 때문에 땀 흘려 산정까지 걸어올라 바다를 시원스레 조망하는 즐거움을 맛보고자 하는 등산꾼들은 금산보다 설흘산을 더 선호한다.

단순히 설흘산이라고들 말하지만, 실제로는 설흘산(481m)과 그 서쪽 옆으로 능선이 이어지는 응봉산(472m)까지를 포함한 산행로를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조망과 산행하는 맛까지 두루 따져 말하면 응봉산이 월등 뛰어난 산행지다. 성곽같이 길고 조망좋은 암릉은 거의가 응봉산쪽에 있기 때문이다.

응봉산릉은 능선 전체가 전망 좋은 휴식처

설흘산~응봉산 능선은 남해도 남서쪽의 끝단을 가로로 길게 담장을 쌓듯 늘어서 있다. 실제로 남쪽으로부터 밀려오는 태풍의 위세를 적잖이 걸러주지 않을까 싶을 만큼 동서로 길고 남북이 가파른 산형을 이루고 있다.

산형이 이러한 만큼 종주 산행을 하며 특히 남쪽으로 바라뵈는 바다 조망이 기막히게 좋다. 남해 주민 중에는 남해안 섬산행지 중 으뜸으로 꼽히는 사량도 지리망산보다 이 설흘산~응봉산 능선이 더 낫다고까지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설흘산~응봉산 능선에서 산행은 그간 두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다. 가장 인기 높은 것은 다랭이 마을로 유명한 남쪽 가천 마을에서 설흘산 정상의 봉수대나 그 남쪽 바로 앞의 조망바위까지 올랐다가 되내려오는 방식이다. 얼마간 땀 흘리며 운동하는 즐거움과 더불어 높은 산정에서의 바다 조망을 즐기려는 단체 산행객들이 거의 이 봉수대 왕복 코스를 택한다.

가천에서 안부로 오른 다음 봉수대가 아니라 그 반대쪽인 서쪽으로 응봉산 능선을 타는 사람들이 그 다음으로 많다. 성곽 같은 암릉을 가며 시원스레 바다를 바라보는 멋에 반한 사람들이다.

이번 취재 산행은 이 두 산릉을 모두 연결하는 미니 종주로 했다. 동서 종주코스의 길이는 약 7km. 동쪽 홍현리 중촌 마을에서 시작해 봉수대 넘어 응봉산 서릉의 성곽 암릉을 걸었다.

중촌 마을에 설흘산행 시작지점을 안내하는 간판 같은 것은 전혀 없다. 그간 사람들이 이쪽으로는 별로 다니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해읍내에서 한정식집 미담을 운영하는 토박이 문찬일씨는 "곧 이쪽 코스도 재정비하고 등산로 안내판이 간단하게나마 세워지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중촌 마을에서 서쪽 선구리로 설흘산~응봉산 능선 북쪽을 가로질러 넘어가는 언덕배기 도로로 접어든다. 이 도로로 접어들자마자 왼쪽의 다소 넓은 노변, 그리고 중촌 마을 홍현선박출입항 대행 신고소 입구 공터 등에 몇 대나마 차를 댈 만하다.

이곳들도 꽉 차 있으면 저 아래 방풍림 옆의 제방이 넓으니 산책 겸하여 거기에 주차하고 올라온다. 삼거리 북쪽 약 1.5km 지점에 '홍현리 아랫마을 진입로'라는 큰 비석이 선 도로로 내려가서는 해변을 따라 주욱 남쪽으로 다시 1.5km쯤 내려와서 제방 근처에 주차한 뒤 중촌 마을 골목길을 가로질러 올라오면 곧 삼거리다.

삼거리 언덕배기 왼쪽(남쪽) 축대 위에는 회색 지붕을 한 양옥집이 서 있다(좌표 N 34 44 27.3 E 127 54 31.7). 이 양옥집 뒷길로 50m쯤 가면 정면으로 산기슭에 농가가 한 채 서 있다. 이 농가 오른쪽 옆 약 30m 지점 숲속에 표지리번과 더불어 설흘산 오름길목이 보인다. 길이 다소 좁고 희미하지만 능선 중간쯤에 이르면 뚜렷해진다. 이 길은 망산(406.9m) 정상으로 하여 설흘산 정상으로 이어진다.

너덜겅 그늘서 대해 바라보는 멋 기막혀

문찬일씨는 다른 길로 가보자며 농가 왼쪽 아래의 폐농가 바로 옆으로 난 농로로 접어들었다. 풀이 무성한 농로는 섬 일주도로 위의 사면을 길게 가로질러 나아간다. 수목 사이로 푸른 바다를 보며, 간혹 가시덩굴에 자지러지기도 하며 너무 내려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한참(약 2km쯤) 가면 무덤이 나온다(좌표 N 34 43 58 E 127 54 35). 이 무덤 지나서 남동쪽으로 100여m 더 가면 이윽고 넓고 긴 너덜겅지대가 나온다. 이 너덜지대 옆 숲그늘에서 땀을 식히며 남쪽 푸른 바다를 바라보는 멋이 기막히다.

검고 큰 바윗덩이들을 디디며 위로 오르다가 너덜지대 끝에 다다랐을 즈음 오른쪽 숲지대로 들어가자 희미한 족적이 위로 뻗고 있다. 이 족적을 따라 가파르고 짙은 숲속 산비탈을 20분쯤 오르자 바다가 조금 뵈는 자그마한 너럭바위가 나온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소로를 따르면 망산 정상이다. 정상은 평평한 암부이고 나무 그늘도 있어 한참 쉬어갈 만하다. 동쪽 앵강만 바다가 시원스레 바라뵈고, 아까 출발한 중촌 마을 집들도 빤히 내려다뵌다.

능선을 따라가 확인해보니 중촌 마을에서 올라온 뚜렷한 능선 등산로가 이곳 정상 암부로 와닿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올라온 너덜겅 지대만큼 시원스런 멋은 없을 것 같다. 정상 옆 나무줄기에는 '설흘산 봉수대까지 300m'란 팻말이 매어져 있다.

길쭉하고 가는 말풀들이 무성하여 부드러운 느낌인 능선길을 따라 가노라면 잠시 수평선이 바라뵈는 암릉이 나왔다가 다시 숲속으로 이어진다. 봉수대가 점점 가까워졌고, 삼각점이 설치된 봉을 지나 안부로 내려가자 삼거리다. 직진은 정상, 오른쪽은 가천임을 알려주는 팻말이 섰다. 가천 마을은 왼쪽(남쪽) 아래지만 설흘산 정상 남면이 절벽이어서 북쪽으로 돌아 길이 나 있는 것이다.

갑자기 서울 근교처럼 많아진 등산객들과 더불어 10분쯤 오르자 봉수대 위다. 막돌로 대강대강 높직하게 돌탑을 쌓아올린 봉수대는 그늘도 없고 조망도 신통치 않아 오래 머물 곳이 못된다. 여기서 남쪽 200여m 저편에 평평한 암부가 바라뵈는데 거기가 수백 길로 깎아지른 절벽 위의 조망처다. 여기서 보는 남해바다 풍광이 압권이라 너도나도 거기로 몰려가 있다.

조망대 구경 후 봉수대에 이어 삼거리로 되내려와 설흘산 정상 북쪽을 돌아 내려가면 가천 마을 하산길이 갈라지는 설흘산~응봉산 간 안부의 삼거리. ' 가천 700m, 봉수대 500m , 주차장(매봉산) 1.8km '로 적힌 팻말이 서 있다. 예서 뒤돌아보니 아까의 봉수대 남쪽 조망바위 남면의 높이가 엄청나다.

이 삼거리에서 평탄한 길을 따라 10분쯤 빠른 걸음으로 걷자 또다시 삼거리다. 누가 일부러 가꾸기라도 한 듯한 잔디밭이 곱게 깔린 여기서 왼쪽(남쪽)으로는 가천 마을로 이어진 임도가 와닿아 있다. 이 비포장에 차가 올라오기는 매우 위험할 것 같은 임도를 따라 300m쯤 내려가면 콘크리트 포장도로의 끝지점으로, 여기엔 샘터도 마련돼 있다.

그러나 대다수 등산객들은 이 길이 아니라 아까의 삼거리에서 곧바로 가천 마을로 이어진 등산로를 주로 이용한다.

북쪽에서 보면 구름 같다 하여 운암(雲岩)

삼거리 이후로도 여전히 평탄하고 숲그늘이 진 것도 조망이 좋은 것도 아닌, 지루한 길이 '육조문 삼거리'까지 계속된다. 육조문이란 응봉산 남동릉 상에 솟은 6개 암봉을 이르는 말로, 이 삼거리에서 팻말이 가리키는 대로 왼쪽으로 가로질러 나아가면 이 암릉으로 붙는다. 아니면 응봉산 정상까지 갔다가 이 암릉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육조문 삼거리 이후로 길은 갑작스레 가팔라지며 바위지대가 나타나기 시작, 5분 뒤 조망바위를 지나 곧 응봉산 정상에 다다른다. 돌탑이 쌓인 정상에서 남동쪽 육조문 능선으로도 리본이 매어져 있다. 육조문 능선도 응봉산 서릉 못지않은 멋진 암릉이다.

응봉산 정상 이후 비로소 암릉길이 시작된다. 양쪽 모두 사면이 바라뵈지 않는 급경사 절벽을 이루고 있어, 특히 왼쪽 망망대해 조망이 기막히다. 짧게 오르내리는 암봉이 연이어져, 저 앞 봉에 간 사람이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드러낸 실루엣이 멋지게 드러나곤 한다. 이러한 암릉이 응봉산 정상에서 서쪽으로 1.5km쯤 연이어진다. 이 암릉은 북쪽 임포리 운암 마을에서 보면 구름 같다고 하여 운암(雲岩)이라 부른다는 문찬일씨 말이다.

500m쯤 가면 오르내림은 끝나고 긴 성곽 같은 암릉으로 변한다. 중간에 로프가 매어진 높이 5m쯤 되는 급경사 구간도 나온다. 여기서 노약자는 주의해야 한다. 암릉은 곧게 외가닥으로 뻗지만 간혹 옆으로 가지를 뻗기도 한다. 구름이 짙게 끼었을 경우는 이런 옆가지로 잘못 들어서지 않도록 유의한다.

암릉이 끝난 뒤 길은 다시 짙은 숲속으로 빠져든다. 평탄하게 이어지다가 중간에 큼직한 바윗덩이들이 놓인 곳도 지난다. 숲속으로 들어 30분 이상 길게 걸어 내려가면 이윽고 선구 마을 둔덕 위 정자나무에 다다른다(좌표 N 34 44 12.4 E 127 51 34.9). 차량이 2대인 경우 이곳에 미리 한 대를 가져다두면 한결 편할 것이다.

설흘산 주변에는 조망 좋은 곳에 자리잡은 펜션, 민박집 등이 많다. 특히 설흘산 동사면에 앵강만을 바라보고 선 민박집들이 여럿 있다. 이중 한 곳에 투숙, 산행 후 차량을 둔 중촌까지 태워 달라고 부탁, 차량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하산지점인 선구리 북쪽 바로 위, 임포리 사촌 마을에는 사촌알로에농장(055-863-0473)이 있다. 알로에를 먹여 키운 돼지고기 전문점으로서, 커다란 자체 농장이 있다. 알로에만 먹이므로 병이 없어 항생제를 쓰지 않았다는 점, 돼지고기 특유의 노린내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 자랑이다. 1인분 7,000원. 이 집은 봉고차량이 있어 산행 시작점인 종촌까지 차량 서비스를 해준다.

 

[제1일]

왕후박나무&죽방렴멸치 맛보고 편백자연휴양림 야영

남해군은 드물게 아름다운 해안선을 가진 고장이다. 짙푸른 바닷물과 크고 작은 섬, 모래사장, 자갈밭, 유유히 떠가는 어선, 그리고 무엇보다 수평선을 짙은 실루엣으로 장식하는 방풍림으로 남해의 해안선은 말 그대로 그림 같은 절경의 연속이다. 조선 전기의 4대 서예가 중 한 사람으로서 남해도에 유배왔던 자암 김구는 이곳 풍경에 감탄, '한 점 신선이 사는 섬-일점선도(一點仙島)'라고도 했다.
남해를 사랑하여 여행 왔다가 아예 눌러사는 사람도 적지 않다. 어떤 이는 남해도를 일러 보물섬이라고도 한다. 기실 자연 경관의 밀도가 남해만큼 높은 곳도 다시 없을 것이다. 한려해상국립공원에서도 핵심을 이루는 금산, 남한 최고의 방풍림 물건리숲, 대한민국에서 가장 맛있는 멸치를 잡아올리는 원시 그물 죽방렴,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독특한 농촌 풍경을 보이는 가천 다랭이마을, 울창한 편백숲이 기막힌 남해편백 자연휴양림, 아름드리 노거수가 어울린 고찰 용문사, 그리고 해변가 짙은 숲그늘과 맑은 물, 완만한 수심의 일급 해수욕장인 상주·송정 해수욕장 등 일급 경관지만 짚어도 열 손가락이 모자란다.
그간의 남해대교에 보태어 작년 4월 창선·삼천포대교가 놓이며 남해도를 들고 나기는 한결 편해졌다. 무더위로, 불경기로 가슴 답답한 이 7월, 시원스레 남해도를 한 바퀴 돌아보자. 7,8월이면 바닷물에 몸 한 번 담그어보기를 빠트릴 수 없고, 곳곳마다 일미의 먹거리가 있으며, 느긋이 앉아 노을 바라기를 해보고픈 조망처가 또한 사방에 자리했으니 제대로 즐기자면 꽉 채운 2박3일로도 부족한 데가 남해도다.
그러니 가능하면 첫날 금요일 일찍 출발, 창선·삼천포대교 건너 창선도 서안의 노을부터 본다. 그후 창선교 건너 죽방렴에서 갓 잡아올린 멸치회나 멸치조림으로 저녁식사 후 숙소로 든다.
둘쨋날은 아침 일찍 남해 최고의 명소 금산 정상에 올라 일출을 본다. 정상 직전까지 차로 올라갈 수 있으며, 한 바퀴 돌아보는 데는 2시간 정도 잡으면 된다. 이 날 물미 해안도로를 따라 돌며 물건리 방조림, 편백휴양림, 해오름예술촌 등을 들러본다. 시원한 숲은 자꾸만 발길을 잡거나 달콤한 낮잠을 유혹할 것이지만, 오후 6시 전에 상주 해수욕장에 다다라야 한다. 기막힌 포인트를 잡아 석양을 보여주는 러브 크루즈가 6시에 출항하기 때문이다.
세쨋날은 오전 일찍 설흘산행 후 가천 다랭이논, 용문사, 구미숲, 충렬사 등 남해도의 서쪽 명소들을 둘러본 뒤 남해도 서안을 따라 드라이브하며 올라가 남해대교로 빠져나간다. 시간이 좀 남으면 남해군 지정의 갯벌체험장(관음포, 둔촌, 문항 갯벌)을 들러본다.


제1일 왕후박나무, 죽방렴 멸치 맛 보고 편백휴양림 막영

남해도는 전남 여수반도와 동서로 마주하고 있는 357㎢의 커다란 섬으로, 한국에서 네 번째로 크다. 이 남해도와 창선도, 그외 조도, 호도, 노도 3개의 유인도와 63개의 무인도까지 모두 68개 섬이 합쳐져 남해군이 됐다.
창선교로 연결된 남해군 제2의 섬 창선도까지 놓고 한눈에 조망해보면 남해는 H자 형태를 이루었다. 그 H자 모양의 남해 땅 왼쪽 위로 73년 남해대교가 놓인 데 이어 오른쪽 끝 위로 작년에 창선·삼천포대교가 연결되며 보물섬 남해 탐승이 한결 쉽고 다양해졌다.
남해도는 국내 섬 가운데 산지의 비율이 가장 높은 섬이다. 보물섬 남해의 가장 큰 비밀은 여기에 있다. 산에서 평야를 거치지 않고 곧장 바다로 떨어진 급사면이 오랜 세월 대양의 조탁을 받으며 아름다운 굴곡과 단면을 가진 해안선이 형성된 것이다.
남해군에만 유난히 많은 방풍림도 실은 이러한 지형적 특성에 기인한 것이다. 그나마 집을 짓거나 작물을 가꿀 완경사의 땅은 바닷가 바로 옆이니 해안을 따라 두툼한 방조림(防潮林)을 조성해두는 일은 긴박한 생존의 문제였을 것이다. 지금 그 방조림들이 절경 남해를 이루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아름다운 보물섬 남해'의 높은 성가는 또한 해안선에 바투 다가든 채로 구불구불 이어간 해안도로 덕도 크다. 산의 급한 가풀막과 깎아지른 해안 절벽 사이의, 공사해 나아가기에 가장 쉬운 선을 따라 낸 차도는 애초 의도한 바 없을 터이지만 한국에서 첫손 꼽히곤 하는 절경의 드라이브 코스로 부상한 것이다.
산비탈이 가파르게 바다로 떨어지며 이룬 깊은 굴곡의 해안선, 울창한 방풍림, 그리고 그 해안선과 방풍림과 먼 수평선과 섬들이 한눈에 조망되는 총연장 302km의 해안도로, 이 세 가지가 어울려 남해를 보물섬이 되게 했다고 할 수 있다.
서울에서 남해도를 찾아가는 가장 빠른 경로는 경부(혹은 중부)고속국도~비룡 분기점~대전남부순환고속국도~산내 분기점~대전·통영간 고속국도~진주 분기점~남해고속국도~사천 나들목을 빠져나와 사천시쪽으로 남하, 창선·삼천포대교를 건너는 것이다. 3번 국도를 끝까지 따라 내려가면 창선·삼천포대교로 이어진다. 막히지만 않으면 4시간여 만에 남해도 안에 들 수 있다. 그러므로 해가 긴 7월에는 점심 식사 후 오후 1,2시경 출발해도 창선도 서안의 독특한 노을 풍광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창선·삼천포대교는 4개의 작은 섬들을 징검다리 딛듯 연결한 것이다. 각 섬 간의 교량 이름이 삼천포대교, 초양대교, 늑도대교, 창선대교, 단항교로 각각 다르며 통틀어서 창선·삼천포대교로 부른다. 총연장 3.4km의 이 다리는 매일 밤 환하게 조명을 밝혀 그만으로도 큰 볼거리로 인기를 끌고 있다.
창선·삼천포대교를 건너 창선도에 들자마자 우회전, 1024번 지방도를 따라 1.5km쯤 가면 해변가에 왕후박나무가 있다. 이 거목을 우선 보고 창선도 서안을 따라 내려간다. 해안가 바로 옆까지 완경사로 넓디넓게 펼쳐진 초록의 계단식 논들과 그 뒤에 넓게 펼쳐진 바다는 다른 섬지방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창선도 서안만의 독특하고도 아름다운 풍경이다.
창선도와 남해도를 잇는 창선교 양쪽 지족해협에는 길쭉한 나무 기둥들을 V자 형으로 촘촘히 박아 세운 죽방렴들이 뵌다. 이 죽방렴에서 잡아올린 멸치로 졸임이나 구이를 해서 파는 죽방렴횟집에서 저녁식사 후 남해 편백휴양림으로 가 숲속 막영을 하거나 아니면 남해도 곳곳에 자리한 전망좋은 업소로 가서 묵도록 한다. 7월엔 금요일 밤이라도 사전 예약을 해두어야 한다.

 

왕후박나무
보기 드문 상록활엽수 거목

남해도의 어느 마을을 가든 반드시 눈에 띄는 것이 거대한 당산나무들이다. 따스한 남녁 해안가 땅이어선지 모두들 엄청나게 크고 수형도 아름답다. 그중 남해가 가장 자랑하는 것이 창선면 단항 마을에 있는 천연기념물 제299호 왕후박나무다. 수령이 500년이 넘었고, 높이 9.5m, 밑동에서 뻗어오른 줄기가 11가닥이며, 한 쪽에서 다른 쪽까지 길이가 21m의, 마치 우산을 펼쳐 놓은 것 같은 단아한 모습이다.
거목이라면 소나무 아니면 느티나무나 은행나무가 대부분인데, 이것은 상록활엽수인 왕후박나무여서 더욱 소중하다. 옛적에 단항 마을의 한 어부가 잡아온 커다란 물고기 뱃속에서 나온 씨앗을 심은 것이 자라서 이렇게 커졌다는 전설이 얽혀 있다. 주민들은 음력 섣달 그믐에 정성스레 이 나무에서 동제를 올린다.
창선·삼천포대교를 건너자마자 우회전하여 1.5km쯤 가면 커플모텔(055-867-7227)이라는 조망과 시설 모두 좋아뵈는 모텔이 도로 아래쪽으로 뵌다. 이 모텔 옆 콘크리트 포장길로 100m쯤 내려가면 왕후박나무가 반긴다.

 

죽방렴 멸치
참멸치는 1kg에 수십만 원 호가
멸치 중에 죽방렴(竹防簾) 멸치는 가격이 1kg에 수십만 원을 호가한다. 이 엄청나게 비싼 멸치의 생산지가 남해 창선교 일대 지족해협이다. 일반 멸치 중 비싼 것이라 해도 1kg에 몇 만 원 선인 것에 비하면 정말 엄청난 가격이 아닐 수 없는데, 맛이 얼마나 좋은지 생산되기 무섭게 바로 다 팔려나간다고 한다.
죽방렴 자체를 사고 팔기도 하는데, 하나에 무려 2억 원 넘게 거래된다. 물론 더 이상 설치도 못하게 한다.
죽방렴이란 대나무로 그물의 발을 만들었다는 데서 유래한 말로, 1700년대 후반의 화가 김홍도의 그림에도 죽방렴이 나오는 등, 죽방렴의 역사는 최소 수백 년을 거슬러 오른다. 지족해협에 모두 23개가 놓여 있으며, 그외 사천 앞바다에 몇 개 더 있을 뿐이다. 긴 대나무를 촘촘히 박아 50~100m 길이로 V자의 긴 울타리를 세우고 그 끝부분에는 어항처럼 둥글게 울을 두른 다음 그 안쪽에 그물을 댄 것이 죽방렴이다. 대나무발로 만든 커다란 어항인 셈이다. 조류의 방향이 바뀌면 V자 끝의 그물이 서로 맞붙어서 멸치가 빠져나가지 못한다(드물게는 작게 벌어진 틈으로 멸치 떼가 몽땅 빠져나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든 멸치를 긴 족대 같은 그물로 한데 훑어 몰아서는 떠올리는 것이다.
죽방렴 멸치가 맛있는 것은 이렇게 고스란히 살려 잡은 멸치를 떠내자마자 바로 삶아서 말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죽방렴에 잡힌 멸치라고 모두 고가인 것은 아니다. 배에 기름이 낀 큼직한 '기름치'는 맛이 떨어져서 횟감, 아니면 멸치젓 재료로나 쓴다. 4월 들며 기름치가 서서히 줄어들다가 6월 말경부터 본격적으로 진짜 죽방렴 멸치인 참멸치가 들기 시작한다. 그것도 거의가 알이 든 암멸치여서 한결 맛이 좋다는 것이다. 멸치는 떠올려 나오자마자 설설 끓는 가마솥 물에 바로 삶는다. 깨끗한 지하수 바닷물에 질 좋은 해남 천일염으로 간을 맞추어 삶아서는 곧바로 건져내어 햇볕에 말린다.
6월5일, 지족해협 죽방렴횟집 주인이자 3대째 대물려 죽방렴을 해오고 있는 김경식씨(47)는 큼직한 바구니 3개가 그득하도록 멸치가 잡혔는데도 심드렁한 표정이다. 모두 기름치이고 하루에 20박스씩 건져낼 때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잡어와 꼴뚜기 처럼 작은 오징어인 호르기 등속을 골라내던 김씨는 이것이 참멸치라며 한 마리 보여준다. 기름치보다 몸집이 한결 작고 피라미처럼 말갛다. 이곳 죽방렴에는 이런 참멸치 중에도 암컷이 90% 이상이어서 한결 맛이 뛰어나다고 한다. 도매시장으로 나갈 새도 없이 서울 단골들과 직거래로 판다.
"기름치라고 맛이 없는 게 아녜요. 참멸치에 비해서 그렇다는 거지. 기름치라도 여기서 갓 잡아 올린 것은 회로 먹어도 구워 먹어도 다 맛있어요."
그러면서 김씨가 구워내 권하는 갓 잡은 기름치는 참멸치 맛이 어떤지 모르지만 이보다 더 나을까 싶게 감칠맛이 있었다. 멸치회 값은 1인당 1만 정도 잡으면 된다. 멸치찌개 한 냄비에 25,000원, 죽방렴으로 잡은 자연산 모듬회 4만~6만 원(죽방렴횟집 전화 055-867-7751).
창선교 남단에서 서쪽으로 300m쯤 가면 죽방렴의 멸치가 가두어지는 곳까지 다리를 놓아 관광객이 볼 수 있게 해두었지만, 아무도 죽방렴을 관리하지 않아 그물도 다 찢어져 있는 등 엉망이다. 죽방렴횟집에 부탁하면 혹 통통배로 멸치 뜨러 갈 때 동승시켜 줄지도 모른다.

 

[제2일] 금산에서 바닷가 펜션서 1박까지

남해에서의 이틀째 아침엔 금산 일출을 보도록 한다. 연중 해가 긴 때이므로 오전 6시 전에 보리암에 도착해야 상사암에서의 멋진 일출을 볼 수 있다. 대기가 맑은 아침 풍경만으로도 일품이다. 기왕 올라간 김에 1,2시간에 걸쳐 금산을 한 바퀴 돌며 구경한 뒤 산중 식당인 금선산장(전화 000-0000)에서 아침을 해결한다. 아니면 차로 되내려와 미조면 답하포구의 해사랑 전복마을을 찾아간다.

답하포구에서 동쪽으로 빠져나가면 남해의 2대 드라이브 코스 중 하나인 물미 해안도로가 시작된다. 물건리에서 미조리까지의 해안 풍치를 바라보며 달리노라면 왼쪽으로 해오름예술촌이 나오므로 한 번 들러본다.

해오름예술촌에서 조금 더 가면 그 유명한 물건리 방풍림. 이곳에서 한 시간쯤 보내고 나면 곧 점심때. 지족리 우리식당, 혹은 죽방렴횟집을 찾는다. 죽방렴횟집에서는 멸치 뜨러 가는 것 한 번 구경시켜달라고 부탁해본다.

이후 용문사를 보고 다시 금산 남쪽으로 빙 돌아 상주 해수욕장으로 가 해수욕이나 바나나 보트를 즐기다가 오후 6시 러브크루즈를 타고 낙조를 보러 간다. 이날 숙소는 설흘산 기슭 앵강만 일대의 업소를 잡도록 한다.

 

남해 금산
38승경 가진 남해 최고의 관광명소

남해 금산은 경관의 우위를 다루는 논란의 자리에서도 논외다. 그 품격이 이제는 더 이상 재론할 필요가 없는 으뜸이기 때문이다. 산중에서의 조망도 좋고 산 자체가 가진 멋도 뛰어난 명산이다. 높이는 681m로, 바닷가 산치고는 높은 편인 데다 절벽을 두른 바위산이라서 산정에서의 느낌은 그 갑절쯤 되는 곳에 오른 것만 같다. 이 정상 주변 반경 1km 이내 지역에 금산38경으로 대표되는 기암들이 밀집, 걸음마다 달라지는 절경을 이루었다.

상주 해수욕장에서 금산 매표소를 지나 금산 서쪽의 해안도로(19번 국도)를 따라 북상하노라면 오른쪽으로 금산 입구임을 알리는 팻말이 보인다. 이 샛길로 접어들어 2km 남짓 달리면 복곡저수지에 이어 널찍한 제1주차장이 나온다. 여기에 차를 대두고 시즌에는 수시 운행하는 25인승 셔틀버스를 이용, 제2주차장까지 오른다. 제2주차장까지도 자가용차를 가지고 갈 수 있으나 급경사길이다.

제2주차장에서 700~800m 걸어오르면 곧 금산 탐승의 시작점인 보리암에 다다른다(주차요금은 하루 4,000원, 공원 입장료 1,300원. 한려해상국립공원 금산 매표소 055-863-3524, 복곡 매표소 863-3525).

보리암(菩提庵)은 낙산사 홍련암, 강화도 보문사와 함께 한국의 3대 관음기도 도량으로 이름높다. 법당 아래쪽의 해수관음상 앞 3층석탑 옆으로 나선 뒤 법당쪽을 바라보면 기암들의 조화로움에 장탄식 같은 찬사를 피할 수 없다. 법당 뒤에 층암절벽을 이룬 거대한 암봉이 대장봉(大將峰), 그 왼쪽 아래, 흡사 좌대에 올려둔 것 같은 구슬 모양의 둥근 바위는 농주암(弄珠岩), 그 왼쪽에 농주암을 옹위하듯 솟은 암봉은 그 형상이 화려한 꽃과 같다는, 혹은 '화엄(華嚴)' 두 글자 같다는 화엄봉이다. 그외, 사방 어디를 보아도 절경 아닌 데가 없는 바로 이곳, 3층석탑이 선 자리가 탑대(塔臺)라 하여 역시 38경 중 하나다.

보리암에서 남서방향으로 내려가면 영화 속에서나 보았을 거대한 쌍바위굴 쌍홍문(雙虹門)이 나온다. 윗부분이 무지개 형상처럼 된 문을 홍예문이라 하니, 곧 그러한 쌍홍예문이라는 뜻이다. 이 쌍홍문의 왼쪽 굴 안으로 들어가보면 계곡을 치밀어오른 바람이 굴 안으로 쏟아져들며 땀을 말끔히 거두어간다.

쌍홍문 협곡지대를 빠져나와 서쪽으로 주욱 나아가면 금산 최고의 조망처인 상사암(相思岩) 위다. 금산 정상부터 흘러내린 암릉의 대장봉이며 그 아래 절묘하게 움틀고 앉은 암자 보리암, 그리고 쌍홍문 오른쪽 옆의 거대한 절벽 만장대, 그 앞쪽으로 삼신산의 네 선녀 전설이 얽힌, 네 개의 기암이 차례로 늘어선 사선대(四仙臺), 네모난 긴 석주 향로봉 등 우열을 따지기 어려운 기암들이 승경을 이루었고, 그 오른쪽 아래는 크고 작은 한 무리의 섬들이 그야말로 그림 같은 바다 풍경을 펼쳐 보인다. 멋대로 흩어진 것이 아니라 우정 그 근처로 일부러 모아둔 것 같은 느낌의 그 호도(虎島), 목과도(木果島), 고도(鼓島) 등 섬무리를 어떤 풍수가는 부처님 앞에 차려둔 성찬(聖餐)에 비유하기도 한다.

상사암 구경 후 능선길을 따라 곧장 정상을 향해 오르노라면 금선산장이 있다. 남해 금산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이 종종 묵어가고, 밥도 파는 산중 휴식처다.

금산 정상 직전의 길가에도 또한 38경의 하나인 기암이 섰는데, 버선 형상이라 하여 버선바위, 명필의 글씨가 씌여 있다고 하여 문장암 혹은 명필암이라고도 부른다. 문장암 바로 옆, 옛 봉수대가 가지런한 돌쌓기로 복원돼 있는 금산 정상에 서면 온갖 기암 무리와 저기 미조리 앞의 섬 무리가 두루 한눈에 든다. 이후 동쪽 하산로를 따르면 출발지점인 보리암 옆 둔덕에 다다른다.

 

해오름예술촌
문화예술 체험공간…이태만에 남해 명소로 부상

남해군 삼동면 은점리의 해오름예술촌은 가장 성공적인 폐분교장 재활용 사례로 꼽을 만하다. 개장한 지 이제 이태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관광버스들도 찾아드는 남해의 명소로 급부상했다. 건축을 비롯해 조각, 서예, 도예, 사진 등에 두루 밝은 팔방미인 정금호 관장의 남다른 감각, 그런 그가 출가승 같은 하심으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들인 노력 덕분이다.

해오름예술촌은 갤러리, 염색실, 한지공예실, 도예실, 미술실, 전통차예절실, 독일와인문화관, 아트샵, 특산품 판매장, 조각공원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설 명칭만으로도 여러 문화와 예술을 감상하고 체험하는 공간임을 알 수 있다. 50대 이상의 중노년층은 1층 복도에 주욱 전시해둔 구식 전축이며 녹음기, 풍로, 옛 잡지, 영화 포스터 등을 보는 재미가 제일이라 하고, 20대의 젊은 축들은 바다가 바라뵈는 2층 카페에서 엄지를 치켜든다. 꼬맹이는 조각품이 전시된 옛 운동장 귀퉁이의 커다란 에스키모견과 어울려 노는 강아지, 고양이, 수탉에게서 눈이 떨어지지 않는다. 가족이 함께 찾아 두어 시간 보낼 만한 곳이다.

전시관에서는 현재 '재미있는 재활용의 세계'라는 제목으로 세계 각국의 여러 재미있는 재활용품들을 전시중이다. 호정갤러리에서는 10월10일까지 세계 범선 기획전, 제1전시관에서는 설치화가 권기주씨의 이쑤시개와 일회용 종이컵을 이용한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전화 055-867-0706. 인터넷 주소 sunupart.co.kr

 

물건리 방풍림
몽돌해변가에 8만여 그루 활엽수 울울창창

남해군은 방풍림 수가 매우 많다. 경남에서 바다를 접하고 있는 각 지방의 방풍림 숫자는 울산 1, 양산 3, 통영 6, 거제 5, 고성 2개소 정도인 데 반해 남해는 19개소나 된다. 이 남해의 방풍림 중 최대인 것이 천연기념물 제150호로 지정된 삼동(三東)면 물건(勿巾)리 방풍림이다. 경남지방을 통틀어 다른 포구의 방풍림은 수목의 수가 많아야 1만 그루 정도지만 물건리 포구는 무려 8만2천 그루나 된다. 이중 태반은 아름드리 노거수들이며 이 수많은 수목이 해안선을 따라 길게 띠를 두르고 서 있다. 멀리 둔덕에서 보면 거대한 누에고치를 연상시키며, 폭 20∼40m에 길이는 1km쯤 된다.

숲에 다가가면 우선 푸른 바닷물을 배경으로 선 아름드리 노거수들의 실루엣이 멋지다. 방풍림 한 가운데로 주민들이 드나드는 통로를 냈고, 그 옆 숲그늘에는 콘크리트 탁자와 의자로 휴식처를 꾸며두었다. 탁자에는 노옹들이 둘러앉아 장기를 두거나 맥주를 마시고 있고, 옆의 나무 그늘에서는 그물 깁던 아낙이 끄덕이며 졸고 있다. 평화롭다는 말이 제 자리를 찾은 듯한 느낌이다.

물건리 방풍림은 팽나무가 50%쯤 차지하며 그밖에 느티나무, 박달나무, 굴참나무, 후박나무, 동백나무 등 수령이 50∼500년 된 수목이 뒤섞여 있다. 침엽수종에 비해 활엽수가 한결 굵고 잎도 무성하여 대낮에도 컴컴한 느낌이 든다. 이 숲에는 수령이 500년쯤 된 노거수가 여러 그루 있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고려시대로까지 조성연대가 거슬러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방풍림 숲 사이로는 소로가 이어지고, 이따금씩 싱그러운 바닷바람이 스며든다. 그 덕분에 여름 한철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지낸다는 주민들 말이다. 과거 이 방풍림은 바람뿐 아니라 거센 파도도 막아주었고, 숲 그늘은 고기떼를 불러모으기도 했다. 그래서 방풍, 방조림이자 어부림(魚付林)이라고도 한다. 마을을 가로막은 이 숲은 또한 왜구의 시선으로부터 마을을 은폐시켜주는 역할도 했다.

방풍림에서는 여름에 한해 외지인들의 숲속 야영이 허용된다. 관리비조의 주차료와 야영료를 받는다.

 

용문사
울창한 숲속에 자리잡은 분위기 좋은 절

용문사(龍門寺)는 남해 군립공원 호구산(650m) 남쪽 아늑한 계곡에 자리잡은 절이다. 한국에 4개인 용문사 중 하나다. 울창한 거목들과 단청이 바랜 오랜 당우들이 내남 가리지 않고 어울린 듯한 자연스런 분위기가 찾아보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화엄사나 해인사 같은 대찰보다 규모는 한결 작지만 나름의 장엄함도 갖추었다. 이끼 낀 검은 바윗덩이들 사이로 맑은 계류가 흐르는 계곡과 거기에 걸쳐진 석교, 그 옆 숲속을 비집고 들어선 듯한 천왕문, 당우들에 기대듯 선 거목들이 자아내는 분위기가 보기 드물게 차분하다. 9기의 부도가 이 절의 깊은 역사를 웅변한다.

용문사는 임진왜란 때 스님들이 사명당의 뜻을 받들어 왜구와 싸운 호국사찰이기도 하다. 대포의 일종인 삼혈포가 절에 보관돼 있고, 숙종이 호국사찰임을 치하하기 위해 내린 내린 수국사(守國寺) 금패도 있다. 길이가 10m 남짓 되는, 지름 1m쯤 되는 통나무 속을 파내어 만든 구유는 승병들이 식사할 때 썼던 것이라고도 한다. 용문사 천왕각의 사천왕상은 악귀가 아니라 탐관오리를 지긋이 밟아 누르고 있어 흥미롭다.

 

상주 러브크루즈
남해바다 한가운데 유람선상에서 보는 낙조 황홀

남해 제일의 해수욕장 상주해변에 가면 또다른 낭만인 러브 크루즈가 기다린다. 반달형의 해변 동쪽 모퉁이 선착장에서 매일 2~4회씩 출항하는 이 420인승의 커다란 유람선은 저기 금산 정상에서 볼 때 그림 같은 절경을 연출하던 조도, 호도 등 여러 섬과 해안 풍광지를 1시간에 걸쳐 휘돌아온다. 남해안에서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미조항에 잠시 고개를 들이밀고 멸치그물을 터는 작업을 보여주기도 한다.

유람선은 3층 구조다. 노래방 시설이 된 1층은 쿵작쿵작 가요소리와 춤꾼으로 어지럽지만 조망 좋은 3층으로 올라가면 1층의 소음은 간 곳 없고, 바다 풍경과 어울리는 조용한 음악이 흐른다. 난간에 다리 걸치고 선상 의자에 앉아 서서히 지나치는 해변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사실 이 지역의 해안절벽 풍경은 홍도나 거제 해금강 등에는 비교할 수 없다. 그러므로 반드시 오후 6시 배를 타자. 이 6시 배는 상주 앞바다에서 노을이 가장 멋지게 뵈는 지점에서 한참동안 머물다가 돌아온다. 선내에는 해물 요리를 직접 해내는 식당이 갖추어져 있다(전화 055-862-0947).

 

상주 해수욕장
200개 파라솔 피서객에 무료 대여

남해 금산 남쪽 기슭의 바닷가에 자리잡은 상주 해수욕장은 해수욕장의 3대 요소인 맑은 물과 깨끗한 모래사장, 숲을 모두 갖추었고 수심도 완만히 깊어지는 등, 일급 해수욕장이다. 올해부터 국립공원 구역에서 제외돼 공원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2km로 뻗은 반월형의 백사장 뒤의 널찍하고 울창한 노송림에서는 자리를 깔고 쉴 수도 있어 금상첨화다. 송림보다는 해수욕장 서쪽 끝의 활엽수 고목숲이 한결 그늘이 짙다(야영은 안됨).

야영장은 모래사장 서쪽 모서리에 3,000평 크기로 널찍하게 조성돼 있으나 그늘 한 점 없는 곳이다. 커다란 고무튜브는 2,000원이면 하루 종일 쓸 수 있다. 그외 윈드서핑, 제트스키, 바나나보트 등 여러 해상 레포츠 시설이 운영된다.

상주 해수욕장은 시설이 썩 좋지는 않지만 민박집이 400여 호나 되어, 어지간해서는 방을 못 구해 쩔쩔매는 일이 드물다. 민박료는 7월 말~8월 초의 절정기에 대개 8만 원선. 상주면은 자체 홈페이지(namhae-sangju.or.kr)에 각 민박집 외양과 정보가 게재돼 있다.

상주번영회 전화 055-863-3573.

 

[제3일] 설흘산행 후 다랭이마을 & 이락사 탐승

3일째는 설흘산행 후 설흘산 동쪽 다랭이 마을을 본 다음 남해도 서안을 따르는 드라이브로 올라가다가 이락사를 들러보는 것으로 남해 여행을 마무리한다. 미진하면, 혹은 만약에 전날 날씨가 나빴다면 물미 해안도로를 다시 한 번 달려보고, 창선도 서안을 따라 창선·삼천포대교를 건너 귀가길에 오르기를 권한다.

 

남해 해안드라이브
물미 해안도로와 남면 해안도로

남해도의 해안도로는 어디든 모두 아름답다. 광양만을 바라보며 달리는 서면 서안도로는 저쪽 건너편에 여수반도가 길게 누워 있어 흡사 장강의 하구 같은 멋이 있다. 남면의 남쪽 해안 둔덕을 지나 앵강만 안을 빙 도는 남면 해안일주도로는 멀리 수평선이 펼쳐지는 한편 크고 작은 섬들이 앞뒤를 다투며 따라오고 포구마다 짙은 숲들이 그늘을 드리우고 있어 특히나 정겹고 아름답다. 이 남면 해안도로를 따라 펜션들이 많이 늘어서 있다.

19번 국도를 타고 금산 남쪽 해안 미조리를 지나 남해도 동쪽으로 접어들면 남해군이 가장 자랑하는 드라이브 코스인 물미 해안일주도로다. 물건리와 미조리 간의 해안도로라는 뜻으로, 한려수도 절경 물길 풍광이 해안 절벽 위를 달리는 도로의 굽이마다 펼쳐진다. 미조도, 팥섬, 마안도 지나 울창한 물건리 방풍림을 조망하며 지나기까지 감동의 연속이다. 도로 중간에 몇 군데 차를 대고 쉴 수 있는 조망터를 마련해 두었다.

남해군 제2의 섬인 창선도 서안 드라이브는 노을 무렵이 기막히다. 완경사의 계단식 논들이 바닷가 바로 옆까지 펼쳐져 있고, 바다는 노을빛으로 황금 거울처럼 빛난다.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이국적 풍경이다.

남해 해안도로 드라이브가 전체적으로 두루 아름다운 것은 도로가 구불구불 해안선을 거의 그대로 따르며 조망을 잃지 않는 데다 도로의 높이 또한 적절하기 때문이다. 해발 50~100m 어간의, 바다를 조망하기에 안성마춤인 높이로만 이어지는 구간이 매우 길다.

 

가천 다랭이마을
바다를 배경으로 정겨운 계단식 논배미들 늘어서

산의 경사면에 계단식으로 만든 좁고 긴 논배미를 다랑이(이 지방 방언으로는 다랭이)라고 한다. 이런 다랑이는 우리나라에 지천이지만 남해군 남면 홍현리 가천 마을의 다랑이논들은 좀 특별하다. 벼들이 초록빛 융단으로 층을 이루며 펼쳐진 논배미들과 각 논배미를 나누는 논두렁의 굴곡이 쪽빛 바다와 어울리며 이 마을의 다랑이 논들은 단순한 경작지가 아니라 기막힌 구도의 설치 미술작품으로 변신한다. 농촌진흥청이 지정한 아름다운 생태마을 8곳 중 한 군데로 지정된 이래 평일에도 관광버스들이 마을 위 공터에 서곤 한다.

마을 주민은 60호에 150여 명. 이중 13가구의 민박집이 있다. 그중 조약돌민박집에 들어가 보았다. 앞뜰 둥근 식탁에 앉자 수목 아래로 푸른 바다가 바라뵈는 것이 막걸리 생각이 절로 나는 시원스런 분위기다. 작은 방에 딸린, 역시 바다가 뵈는 마루방으로 친구와 나앉으면 밤을 샐 것 같다(전화 862-8166. 민박료 50,000원. 화장실, 욕실은 공용).

이 마을엔 희귀한 귀물이 하나 있는데 길쭉한 가지, 혹은 거대한 로켓포탄을 연상케 할 커다란 남근석이다. 북쪽 산을 향해 45도쯤 비스듬히 기울어 있는데, 파낼 때부터 그런 각도로 서 있었다고 한다. 마을 앞 바다의 '솟았다'는 뜻의 소치섬과 뿌리가 이어져 있다고 주민들은 말한다.

 

이락사와 첨망대
이 충무공 유해 처음 모신 곳

이 충무공의 뜻도 기리고 울창한 송림속 산림욕도 겸할 수 있는 명소다. 노량해전을 승리로 마감할 즈음 유탄을 맞고 숨진 충무공 이순신의 유해를 처음 모신 곳으로, 충무공의 8대손인 이항권이 유허비와 비각을 세우고 '이락사(李落祠)'라 이름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이곳에 '큰 별이 바다에 잠겼다'는 뜻의 '대성운해(大星隕海)' 현판을 남겼다.

비각 오른쪽 옆길로 돌면 울창한 송림길이 펼쳐진다. 500m의 짧지 않은 송림 속 산림욕을 하며 10여 분 걸어가면 충무공이 마지막 격전을 벌였던 노량해협이 뵈는 누각 첨망대(瞻望臺)에 다다른다.

 

남해의 숙박업소들

남해에는 전망 좋은 곳에 자리잡은 멋진 펜션이나 호텔, 모텔들이 여러 개소 있다. 한 지역에 전망이 뛰어난 업소가 이렇게 많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피서철로 이들 시설은 금방 동이 나므로 7월 중순 이후에 이 시설들을 이용하려면 예약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구식 민박집들은 특히 상주 해변에 넘칠 만큼 많다.  남해의 숙박업소들을 창선·삼천포대교 근처부터 시계방향으로 돌며 소개한다.

 

카리브모텔 : 창선면 서대리 소재. 창선도에서는 가장 뛰어난 조망과 시설을 갖춘 숙박업소다. 연인간은 물론 가족이 가 묵어도 괜찮을 정도로 방도 넓은 편이고 시설도 말끔하다. 특히 낙조가 아름답다. 7월 주말이 경우 50,000원. 온돌방도 있다. 전화 055-867-6622.
카리브모텔 북쪽 해변가 조망 좋은 곳에는 선박 형상의, 클래식 음식이 흐르는 레스토랑 바이킹이 있다. 전화 055-867-7762.

 

양화금 마을 민박 : 산동면 동천리 양화금 마을 소재. 최근인 6월 초순 영업을 시작한 집으로, 방안에 앉으면 통유리창 가득 저 아래 해변 풍경이 들어찬다. 널찍한 방에 화장실도 갖춘 단독 펜션이 3동이다. 이 마을 몽돌해변은 작으나 깨끗하여 현지 주민들이 애용하는 곳이다. 옆의 갯바위에선 낚시도 잘 된다고 한다. 전화 011-511-2148.

 

독일인 휴양촌 : 60~70년대 간호사로, 광부로 돈 벌러 독일로 갔던 한국인들이 귀향해 꾸민 마을이다. 순수 한인가족도, 독일인과 결혼한 한·독 부부도 있다. 외부 자재부터 독일에서 들여와 건축한 이 독일인 휴양촌 집들 중 민박을 받는 곳이 있다. 해오름예술촌으로 연락하면 연결해준다. 해오름예술촌 전화 055-867-0706. {{}}

 

남해편백 자연휴양림 : 편백숲이 워낙 울창하여 편백 두 자를 이름에 포함시킨 휴양림이다. 8평형 산막 20동(40,000원), 12평형 산막 4동(80,000원) 등 산막의 숫자도 많은 편으로 짙은 편백숲 속에 자리해 매우 쾌적하다. 싱크대, 화장실 등 기본 시설은 갖춘 상태이지만 이불이나 취사구는 다소 부족하므로 챙겨가는 것이 좋다. 가까운 거리에 매점이 또한 없다. 한여름에는 계곡물을 끌어들인 풀장을 개장한다.
산막의 7월분은 거의 다 예약이 끝난 상태다. 그러나 7월에는 차라리 야영을 권한다. 피톤치드가 풍부히 발산되는 편백숲 속에 야영데크를 비롯해 취사장, 화장실 등의 시설이 갖추어져 있으며, 바로 옆에 차를 대고 막영할 수 있다. 야영데크 이용료 4,000원, 주차료 3,000원, 입장료 1,000원.
남해편백을 비롯해 산림청 관할의 휴양림들은 성수기 사용분은 추첨제로 결정한다. 8월분은 6월28일부터 7월5일 오후 1시까지 인터넷(www.foa.go.kr)이나 전화(02-481-6751-3)로 사용 신청을 받아 7월5일 당일 추첨해 결과를 알려준다.

 

통나무산장 : 남해 금산 보리암 올라가는 찻길 중간에 복곡저수지가 있는데, 이 저수지 둑 바로 아래 널찍한 터에 자리잡은 통나무집이다. 낮은 계곡 안의 집이지만 푸른 숲이 눈에 들어 넓고 시원스럽다는 매력이 있다. 34평형 콘도식 방갈로만 10동 있다. 주말 10~12만 원, 성수기 15만 원. 전화 055-862-4651.

 

월포 마린원더스호텔 : 남면 두곡리 소재. 연인과 갔다면 바로 여기로 가라고 권하고픈 멋진 조망과 아늑한 시설을 가진 호텔이다. 방이 큰 편이어서 4인 가족도 그런대로 머물 만하다. 바로 앞에 해수욕장으로 이용되는 몽돌해변과 짙은 숲이 있으며, 숲에서 야영도 가능하다. 주중 50,000원, 주말 70,000원, 성수기(7월 중순~8월 말) 15만 원. 전화 055-862-8880. 부속 한식당이 있다.

 

남해군 직영 가족휴양촌 : 남면 숙호리 소재. 자리 하나는 기막힌 곳이다. 왼쪽으로 월포 해변이 뵈고 앞에 앵강만 푸른 바다가 펼쳐지는 둔덕에 2층 구조의 방갈로가 10동 서 있다. 싱크대가 게딱지만하고 방도 너무 작은 등 내부 공간 설계가 너무 엉터리인 것이 흠이다. 주중 40,000원, 주말 50,000원으로 주말분은 8월 말까지 예약이 모두 끝났으며, 평일분은 7월 초와 8월 말분만 남아 있다. 예약전화 055-863-0548.

 

금산모텔 : 이동면 신전리 원천 마을 소재. 구식의 시설이 안타까울 만큼 주위 여건은 좋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바로 앞으로 앵강만 수면 위로 지는 노을이 펼쳐지고, 바로 몽돌해변가에는 울창한 활엽수 고목들이 컴컴할 정도의 그늘을 만들어준다. 7월 중이라도 2인1실 3만~4만 원 받는다고 한다. 전화 055-863-0331

 

홍현리 향토휴양촌 : 앵강만의 일출이 뵈는 해변가 둔덕 비탈에 17동의 황토벽집을 세웠다. 가파른 비탈면에 층을 이루어, 각 동마다 독립성이 높다. 각 동마다 바로 옆에 식탁을 마련해두어 호수 같이 잔잔하고 아름다운 앵강만 바닷물을 바라보며 지낼 수 있다. 아침 일출 풍경이 특히 아름다운 곳이다. 8·13·15·20평형이 있으며, 성수기엔 8만~15만 원, 비수기엔 4만~13만 원 받는다. 전화 019-524-6242.
이 일대엔 그외 해돋이민박(862-6877), 홍현 방갈로민박(055-862-7869) 등 괜찮은 시설의 펜션형 민박집이 두엇 더 있다.

 

가천 테마콘도식 민박 : 남면 홍현리 가천 다랭이마을 바로 위, 설흘산 가천 코스로 올라가는 길 중간에 자리잡은 집이다. 뜰 앞 평상에서의 바다 조망이 특히 기막히게 좋다. 올들어 개업한 집이어서 깨끗하고 주인 내외가 순박하기 이를 데 없다. 6평형 주중 40,000원, 주말 50,000원, 7월15일 이후 성수기 80,000원, 10평형 8만, 10만, 15만원. 전화 055-864-6626.

 

설흘산 민박촌 : 남면 홍현리 소재. 시설과 조망 등 여러 점으로 보아 남해에서 가장 뛰어난 숙박업소로 꼽고 싶은 곳이다. 주인 원복자씨는 설흘산 등산을 왔다가 이 자리에 서 보고 반하여 아예 눌러살게 되었다는 사람이다. 각 동마다 바닥까지 대형 유리창을 내서 바다가 훤히 내려다뵌다. 내부에 화장실, 싱크대, 취사구, 에어컨 등을 모두 갖추었다. 각 동 앞에는 바다를 보며 쉴 수 있게 베란다를 꾸몄다. '일출이 보이는 곳', '일몰이 보이는 곳'이 모두 있다.
6평형 주중 40,000원, 주말 50,000원, 피서철(7월25일~8월28일) 70,000원, 8평형 6만, 7만, 10만 원, 13평형 8만, 10만, 15만 원, 16평형 13만, 15만, 20만 원. 전화 863-0848.
부속 식당에서는 된장찌개, 재첩국, 백합죽 등을 한다. 전화 863-0355.

 

관음포가든 : 고현면 갈화리 소재. 광양만이 보이는 전망 좋은 둔덕에 자리잡고 있다. 주인이 해양심층수 개발에만 몰두, 펜션 운영에는 별 관심이 없어서인지 방 2칸에 커다란 거실이 딸린 펜션을 피서철에도 10만 원 받는다고 한다. 전화 055-863-2029.

 

갯마을비치텔 : 이동면 석평리의, 강진만이 뵈는 해변가에 자리잡았다. 보통실(30,000원, 성수기 50,000원)도 쓸만하지만, 각 층마다 1실씩 있는 특실은 특히 매력적이다. 2면이 커다란 통유리창과 바로 앞에는 또한 널찍한 테라스를 갖추었다. 비수기 50,000원, 성수기 70,000원. 전화 055-863-5020.

 

남해의 먹거리

지족리 우리식당 : 삼동면 지족리 창선교 남쪽에서 30년간 식당을 해온 집이다. 인근 공무원들이 단골로, 점심은 멸치쌈밥(5,000원)이 별미. 집에서 담근 된장으로 맛을 내고 죽방렴에서 잡은 잡어로 하는 생선찌개, 게찌개도 낸다. 아침식사도 한다. 전화 055-867-3399.

 

해(海)사랑 전복마을 : 미조면 답하리의 전복요리 전문점 해사랑은 싱싱한 전복을 드물게 싼 값에 맛볼 수 있는 업소다. 부친의 대를 이어 전복 양식업(한보수산)을 하고 있는 등산꾼 출신 장용희씨가 8개월 전 개업했다. 장 사장은 "이곳 남해도 미조리 일대 해역은 일제가 참전복을 머구리를 동원해 수탈해갔던 곳"이라고 알려준다. 달리 말하면 전복 양식에 최적인 곳이라는 뜻이다.
대다수 관광지에서 파는 둥근전복, 말전복은 육질이 딱딱하지만 참전복은 매우 부드러운 고급이다.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만 먹고 사는데 전복 1kg을 생산하려면 해조류 사료가 20kg이나 든다고 한다. 때문에 최고단백 식품으로 인기 높다.
5~6년산 참전복 4마리(500~600g)를 썰고 멍게, 해삼 등을 곁들인 전복회 중(中)짜는 70,000원, 대(大)짜는 10만 원, 1kg은 13만 원. 전복 내장을 넣은 한편 이 집 고유의(공개할 수는 없다는) 방식으로 조리한 진짜 전복만 넣은 장금이전복죽 10,000원(아침에도 가능). 전복은 인터넷을 통해 직판도 한다. 8마리 10만 원으로, 택배로 보내도 서울에서 산 것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전복 요리와 더불어 이 집은 가족 단위의 민박으로도 인기다. 남해의 전형적인 작고 아름다운 답하포구가 내려다뵈고 불타는 듯한 노을도 볼 수 있다. 거실(6평), 방 3개(각 방당 4평), 주방(4평), 세면장(화장실)을 갖추었다(비수기 10만 원, 성수기 인원 따라 15~20만 원). 답하포구 건너의 길쭉한 뱀섬 기슭에는 자그마한 백사장이 있어 배를 타고 그곳으로 건너가 종일 놀다가 돌아오곤 한다. 전화 055-867-7571. 홈페이지 lovesea.pe.kr

 

미조항 삼현식당 : 제주도에서 살던 김종례씨가 하는 갈치회·멸치회 전문집이다. 몇 달간 숙성시킨 막걸리 식초가 남다른 맛의 비결. 이 식초에 갖은 양념을 하여 낸다. 갈치는 거문도에서 잡은 것을 가져다 쓰는데, 7월부터 12월까지가 제철이라고 한다. 갈치무침과 멸치무침 두 가지를 앞에 두면 갈치에만 젓가락이 가게 된다. 4인 기준 30,000원, 2~3인분 20,000원. 전화 055-867-6498.

 

상주 바다회집 : 상주해변 서쪽 유람선 선착장 옆에서 2대째 하는 횟집이다. "단체 손님들은 음식질 떨어질까봐 될 수 있으면 안 받으려 한다"는 집이다. 버스 기사들이 리베이트를 너무 많이들 요구하고, 때문에 음식 재료를 덜 쓰게 되어 공연히 신용만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음식을 좀 더 실하게 내서 가족단위 단골들 잡는 것이 한결 낫다고 주인 김영대씨는 말한다. 생선회, 생선찌개 모두 괜찮은 편이다. 생물 매운탕 2만~4만 원. 전화 055-863-5226.

 

남해별곡 : 서면 서상리 소재. 산중 숲속이되 바다가 또한 내려다뵈는 둔덕의 음식점으로, 통나무집 통유리창 가에 자리잡으면 식사 후로도 얼른 일어나기 싫어진다. 나물 반찬 10여 가지가 나오는 낙지전골이 괜찮다. 무쇠 전골판에 산 낙지와 야채, 버섯 등속으로 마련한 양념을 함께 끓인다. 2~3인분 20,000원, 4인분 30,000원. 한우사골곰국에 인삼, 대추, 은행, 황기 등과 낙지 한 마리를 넣은 낙지곰탕 12,000원. 전화 055-862-5001.
음식점 아래에는 황토민박집을 꾸몄다. 통나무와 황토만 쓴 순 황토집이다. 방 2개인 것은 80,000원(피서철 10만 원), 방 1칸짜리는 40,000원(피서철 50,000원). 취사는 안된다.

 

남해대교 옆 생선횟집 : 설천면 노량리 남해대교 남쪽 횟집촌에 소재. 싱싱한 횟감과 깨끗한 관리, 남다른 친절로 이름난 업소다. 이름은 수수한 '생선횟집'으로 낚시로 잡은 자연산 위주로 낸다. 종업원이 "80m 지하 암반에서 뽑아올리는 섭씨 18도의 반 민물 반 해수로 수조를 관리한다"고 하니까 "여기 남해대교 옆 횟집들은 모두 마찬가지"라며 주인은 이웃 업소들 자랑도 보탠다. 모듬회 대·중·소가 각각 5만, 4만, 3만5천 원. 광어나 농어는 자연산과 양식 공히 1.5~2kg에 4만~5만 원. 6월 중순부터는 고급 어종인 참복 요리도 한다. 전화 055-862-2627.

 

미담 한정식 : '맛 이야기' 미담(味談)이란 이름의 남해군청 옆 한정식집은 서울 인사동으로 올라와도 좋겠다 싶을 정도로 말끔하고 세련된 음식을 낸다. 남해에서 태어나고 자라 낭만파인 문찬일(47)-최재심(45) 부부가 5년 전부터 시작, 이제는 한정식으로는 남해를 대표하게 됐다. 길게는 20년 세월을 보고 남해를 대표하는 맛집으로 키우겠다는 문 사장이다. 1인분에 7,000원인 미담 진짓상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겠거니와 22가지 음식이 나오는 수랏상(20,000원)은 감탄스럽다. 전화 055-864-2277.

 

남해 심층수 아피크
"일본 해양심층수보다 뛰어나다"

요즈음 일본에서는 심층수가 대유행이라고 한다. 바다 깊은 곳을 서서히 움직이는 심층수는 엄청난 압력을 받는 심층의 물인 만큼 일반적인 물보다 몇 배나 많은 좋은 성분들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남해군 고현면 갈화리 관음포가든의 차근렬 사장은 남해의 870m 지하 암반에서 국내 최초로 심층수를 뽑아내 상품화에 성공, 아피크라 이름했는데 "일본에서 고가에 팔리는 해양 심층수보다 성분이 한결 뛰어나다"고 말하며 성분 분석표를 보여준다.

피부 보습, 무좀 등 피부질환에 여러 가지로 특효를 본다고 한다. 얼굴의 묵은 때와 각질을 제거해내는 효과가 탁월하다. 물 4리터와 특허를 낸 비누 2개에 25,000원. 조만간 심층수 샤워가 가능한 찜질방을 관음포가든 옆에 낼 예정이다.

 

남해건강마을 죽염
일본으로도 수출하는 본격 죽염…황토찜질방도 매력

삼동면 동천리의 남해건강마을은 일본으로 수출도 하는 죽염을 생산하는 곳이다. 25년전부터 자신의 건강을 위해 수지침을 비롯해 온갖 건강 관련 처방을 찾아온 최수철-박동심 부부가 '바로 이것'이라며 15년 전부터 죽염 생산을 시작, 이제는 방방곡곡에 단골을 둔 죽염생산업체로 자리잡았다.

최 사장은 "식약청이 저온으로 대강 굽는 흉내만 낸 엉터리 죽염을 가져다가 검사해보고선 다이옥신이 검출되었다고 발표했다"면서 "700도만 넘으면 다이옥신은 말끔히 타 없어지며, 우리 죽염은 그보다 월등 더 높은 1,400도까지 가열한다"고 강조한다. 이곳에 가면 천일염을 대나무통에 넣어서 황토로 막아서는 구워내서 부수어 다시 굽고 또 굽고 하는 전과정을 볼 수 있으며, 다소 싸게 구입할 수도 있다. 1회 구운 것 250g 2,500원, 3회 구운 것 6,000원, 9회 구운 진죽염은 32,000원. 그외 미용죽염황토, 죽염간장, 된장, 유황오리 엑기스 등을 판매한다.

황토와 통나무만으로 지은 황토찜질방은 단체로만 받는데, 20명에 불 때 주고 20만 원 선이라 하니 매우 싼 편이라 할 것이다. 두어 가족이 함께 갔을 경우 이용할 만하다. 방이 여러 개다.

전화 055-867-0067. 011-9529-0067.

 

*한국의 명풍경을 찾아서 - 남해 가천마을 다랑이 논

대지에 새겨진 찬란한 삶의 흔적
자연과 공생하는 사람들이 만든 풍경의 민예품

차창을 열자 상큼한 갯바람이 마구 밀려들어 왔다. 산모롱이를 돌자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작은 포구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오전의 양광이 아낌없이 그 포구 위로 쏟아지고 있었다. 푸른 바다와 맑은 하늘이 그 포구와 잘 어울렸다. 나는 남해군 남면 가천 마을의 다랑이 논을 찾아가는 길이다.

1024번 지방도는 남면에 들어서면서 줄곧 바다 풍경을 보여준다. 산모롱이를 감아 도는 길을 따라 비탈길을 오를 때마다 푸른 바다가 눈앞에 육박해온다. 남해바다다.

남해라는 말을 들으면 무한정 쏟아지는 햇볕과 푸른 색을 떠올린다. 잔잔한 바닷물이 호수처럼 펼쳐져 있고, 그 위로 쏟아지는 따뜻한 햇볕이 늘 반짝거리고 있는 광경, 혹은 금산의 보리암에서 내려다보는 상주 바닷가 해변과 방풍림, 그리고 만경창해에 점점이 보석처럼 떠 있는 섬과, 그 위를 가득 덮는 푸른 하늘이 남해라는 언어와 짝이 되어 있다. 그래서 남해는 아늑하고 따뜻한 장소의 이미지로 기억되어 있다.

가천 마을의 표지석이 눈에 들어왔다. 그 때 나는 문화재청이 가천 마을의 다랑이 논을 국가지정 문화재인 명승으로 지정 예고한 보도자료를 떠올렸다.

‘다랑이 논(계단식논)은 산지나 구릉지 사면에 계단식으로 조성된 농경지를 말하며, ‘남해 가천마을 다랑이 논’은 약 45도의 산비탈에 100여 층이 넘는 계단식 논이 자연스런 곡선으로 조성되어 있으며, 배후로 하늘 높이 솟아 있는 산봉우리와 전면으로 드넓게 펼쳐져 있는 쪽빛 바다가 어우러져 빼어난 농촌문화경관을 형성하고 있어 보존 및 활용가치가 높은 곳이다’(문화재청 보도자료 2004.10.18).

그래서 이곳을 명승으로 지정하겠다는 것이었다. 참고로, 명승은 국가지정문화재로 문화재보호법으로 지정된다. 문화재보호법 시행규칙에 명시된 명승의 지정기준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름난 건물이나 원지, 또는 동식물의 서식지, 저명한 지형, 저명한 풍경을 볼 수 있는 조망점 등이다.

가천 마을의 다랑이 논은 경남 민속자료 제13호로 지정되어 있는 ‘남해 가천 암수바위’의 문화적 요소가 가미되어 명승의 지정기준 제8항의 ‘자연과 문화적 요소들이 결합되어 뛰어난 조망경관을 형성하고 있는 곳’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암수바위는 남성의 성기를 닮은 수미륵 바위와 만삭의 임산부를 닮은 암미륵을 일컫는 것으로, 마을사람들은 미륵불이라고 한다. 이 미륵이 발견된 것은 영조 27년(1751)으로 전해진다. 남녀의 성기를 연상하게 하는 기묘한 바위는 대개 그렇듯이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는 마을의 수호신이다.

아름다운 민예품 같은 다랑이 논

마을표지석을 지나 비탈에 올라서자 시계가 탁, 하고 열렸다. 골짜기를 차지한 아늑한 마을이 드러났다. 가천 마을이다. 마을을 지켜주듯이 솟아 있는 설흘산(420m)의 가파른 산비탈이 산 정상에서 미끄러지듯이 아래로 쏟아지고 있고, 푸른 바다에 다다르자 멈칫 하듯이 멈추어 서서 낭떠러지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바다로 접근할 수 없게 보였다. 마을은 그 경사면에 겨우 붙어 있었다. 해안의 낭떠러지와 서 있기조차 힘든 급경사지 그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마을은 다소 엉거주춤한 모습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급한 비탈을 이룬 산자락 한가운데가 골을 이루고 있고, 가천 마을은 그 안에 들어앉아 있었다. 파란 색 지붕을 이고 있는 집들이 얕은 골짜기 안에 말 그대로 옹기종기 들어 있었다. 푸른 바다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과 밝은 햇볕이 그 골짜기로 쏟아지고 있었다.

마을을 둘러싸듯이 펼쳐져 있는 산등성이 비탈에는 다랑이 논이 층층이 계단처럼 바닷가 벼랑까지 내려서 있었다. 마을이 다랑이 논으로 둘러싸여 있는 형국이다.

다랑이 논은 경사진 비탈을 평탄하게 일구기 위하여 적당한 높이로 막돌을 쌓고 비탈면을 깎아낸 후 계류 물을 끌어들여 벼농사를 할 수 있도록 개간한 것이다. 문화재청의 조사에 의하면 이렇게 해서 개간한 논이 100여 층이나 된다.

다랑이 논은 무엇보다도 등고선을 그리듯이 이리저리 휘어지는 논둑의 선형이 인상적이다. 그 논둑의 선은 마치 수면 위의 파문처럼 산꼭대기를 중심으로 규칙적인 간격으로 번진다. 때로는 불규칙한 파문을 그리면서 바다쪽을 향하여 퍼진다. 그 파문은 마치 해변에 밀려오는 파도처럼 가라앉았다가 다시 솟구쳐 오르는 모습을 그리기도 한다.

밭 갈던 소가 한눈을 팔다가 절벽으로 떨어졌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좁은 논배미가 가파른 경사지에 켜켜이 단을 지으며 놓여 있다. 그 논배미에는 벼를 수확하고 난 후 마늘을 파종하고 월동용 비닐을 깔아 놓은 탓으로 태양광선에 반사되어 반짝이고 있다. 나는 적게는 3평 정도, 커봐야 30평을 넘지 않는다는 논배미가 논둑이 그리는 선형을 따라 조각조각 그려지는 풍경을 내려다보았다. 효율과 기능을 거역하는 자연을 그대로 수긍한 선이다. 다랑이에 생활을 맡길 수밖에 없었던 그 때에는 이 선형이 최선이었을 것이다. 자연과 인간이 최대한 양보하고 협력해서 만든 선이다. 천인합작의 곡선이다.

다랑이 논의 볼거리는 논둑의 선형만이 아니다. 자잘한 돌을 정교하게 쌓은 어른 키 높이의 석축에 나는 한동안 눈을 빼앗겼다. 개간하면서 골라낸 돌을 비탈에 세워 쌓고, 그 뒤에 흙을 채운 다음 다시 돌을 쌓아올린 석축은 부석사의 거대한 석단과는 비교할 수 없이 소박하지만, 땅 모양을 따라 구부리고 휘면서 곧추세워 쌓아올린 형상은 정교한 공예품을 연상하게 한다.

나는 바다로 내려갈 수도 없고 산을 넘을 수도 없던 사람들이 주어진 환경에서 살아가기 위하여 악전고투하는 광경을 눈앞에서 보고 있는 듯했다. 망태에 돌을 주워 담아 석축을 쌓고, 흙을 깎고 거름을 채우는 사람들의 부지런한 움직임을 보고 있는 듯했다. 주어진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이 거기에 있었다. 그 광경에 가슴 저미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최선을 다한 삶의 풍경

흔히 아름다운 풍경이라고 하면, 인간으로선 범접할 수 없는 장엄한 산악이나 태고 이래로 변하지 않고 도도히 흐르는 강물, 혹은 선연한 핏빛으로 타오르는 저녁노을, 아니면 정교한 비례와 구조를 보여주는 건조물을 든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숭고한 아름다움만을 말하는 것은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이다.

그러면 아름다운 풍경이란 무엇인가. 그 물음에 대답하기 위하여 우리는 인간이 세계를 본다고 하는 시각(視覺)의 목적을 되물을 필요가 있다. 숲에서 평원으로 나왔던 태초의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안전한 생존이 가능한 장소의 발견이었다. 멀리 조망할 수 있는 높은 곳, 동굴이나 바위 뒤, 나무 그늘 등 은신할 수 있는 장소가 그런 곳이었다. 그런 장소가 보이는 풍경에 그들은 안심감을 느꼈다. 열매가 맺힌 수목이나 먹을 수 있도록 보이는 식물들이 있는 풍요의 풍경에도 안심감을 느꼈다. 이러한 안심할 수 있는 풍경을 골라내는 것이 시각의 목적이었을 것이다.

이 원초적 안심감이 현대인에게는 미적체험으로 치환된 것이다. 안전하고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끔 보이는 풍경이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뿐만 아니라 생명을 지탱하려고 악전고투하는 광경도 마찬가지로 숭고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가천 마을사람들이 삶을 위하여 최선을 다한 모습을 보여주는 다랑이 논 논둑의 선형과 정교한 석축은 그래서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한 길이 넘는 석축 위에서 파종한 마늘을 돌보는 농민이 천천히 움직였다. 그 석축 아래에 노란 꽃망울을 매단 해국이 무리를 지어 피어 있었고, 그 뒤로는 남해의 푸른 바다가 끝없이 멀어지고 있었다. 그 바다 위로 펼쳐진 푸른 하늘에서 따뜻한 햇볕이 가천 마을 다랑이 논 위로 축복처럼 퍼붓고 있었다.

 

*남해 가천 다랭이 마을- 민박 체험

“요새 시골들은 죄다 ‘귀신’들이 지키는 죽은 마을이라 합디다. 하지만 우리 마을은 살아있습니다. 젖먹이 울음소리가 나고 골목을 뛰어다니는 초등학생도 8명이나 있는, 요즘엔 흔치 않은 시골 마을입니다.”
60가구 150여명이 모여 사는 남해 가천 다랭이 마을 주민들의 자랑이다. 이 마을이 저 무논의 방금 심은 모처럼 생기가 나기 시작한 건 얼마되지 않았다.
사진 작가들에게나 알려졌던 이 마을을 농촌진흥청이 2002년에 전통 테마 마을로 지정했다. 다랑이논의 빼어난 아름다움 외에도 참게가 살고 미역과 톳, 전복이 지천으로 나는 무공해 마을이라 관광으로 새로운 탈출구를 찾게 한 것이다. 올 초에는 다랑이논이 국가 지정 문화재의 일종인 명승(名勝)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알음알음 마을을 찾게 된 관광객들도 2003년엔 3만명으로 늘더니 작년엔 5만명에 달했다.
주민들은 올해는 8만명까지 내다본다. 다랭이 마을의 농촌 전통 마을 추진위원장인 김주성씨는 서울에 올라갔다가 지하철 환승 통로에서 보았던 시민들의 표정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모두들 똑 같은 표정이었죠. 짜증을 억누르고 있는 무표정.
그런 사람들이 이 마을에 오면 얼굴이 밝아집니다. 옛 모습과 청정 자연을 간직한 이곳에서 어깨를 짓누르던 많은 짐들을 풀어낸 듯, 홀가분해져서 떠납니다. 그래서인지 손님들의 절반 이상이 재방문을 약속합니다.”
마을은 다양한 체험 거리로 도시인들을 즐겁게 맞는다. 농사 체험은 기본. 다랑이 논두렁에서 해풍을 맞으며 먹는 새참은 꿀맛이다. 폐교된 분교의 운동장에서는 추억의 운동회가 열린다.
장애물 달리기 등으로 땀을 뺀 다음에는 홍합을 삶아다가 막걸리 파티를 벌인다. 단체로 방문한 학생들은 캠프 파이어를 한 뒤 그 잔불에 고구마나 감자를 구워먹을 수 있다. 배를 빌려 타고 나가 해안 절벽을 감상하거나 그물을 건져올려 즉석에서 회를 떠서 소주 안주로 삼을 수도 있다. 주민들은 올해는 바다 래프팅도 시도할 참이다.
손님들을 가장 만족시키는 것은 주민과 피부로 만나는 민박 체험. 조금은 불편한 시설이지만 정성스레 맞는 주민들에게서 가족 이상의 정(情)을 느끼고 간다. 이전 태풍 매미가 남해를 강타했을 때 일이다.
마을의 민박 집들의 전화가 쉴 새 없이 울려댔다. 객지로 떠난 자식들의 안부 전화가 없었더라도, 그 집을 방문했던 손님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를 걱정해서 건 전화들로 마을은 따뜻했다.
마을엔 다랑이논 말고도 볼거리가 많다. 해안 가까이 있는 가천 암수바위 한쌍은 명물. 5.8m의 거대한 숫바위가 힘차게 하늘로 솟았고 아기를 밴 여인의 형상을 한 암 바위는 석축을 기대고 섰다.
일명 미륵바위로도 불려 주민들은 이 바위에 풍요와 다산을 기원한다. 바닷가에는 작은 규모지만 몽돌해변이 있어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또 이 해안은 전국에서 꾼들이 몰려드는 감성돔 낚시 포인트이기도 하다.
다랭이 마을을 들렀다면 절대 빼놓지 말아야 할 곳이 있으니, 마을을 감싸고 선 설흘산이다. 481m의 높지 않은 높이지만 정상 봉수대에 서면 모든걸 품을 듯한 앵강만의 아늑함과 함께 한려수도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8부 능선까지 찻길이 닦여져 있어 왕복 1시간이면 충분할 정도로 산행에 무리가 없다. 약간의 오르막으로 입이 마를 때면 길가의 산딸기가 갈증을 축여주고 호젓한 좁은 산길엔 나비가 내내 동무해 준다.
다랭이 마을에서의 민박과 각종 체험은 인터넷(
http://darangyi.go2vil.org)으로 예약해야 한다. 13가구가 민박을 하고 있는데 성인 1인당 1박 3식에 2만5,000원. 초등생은 2만원, 미취학 아동은 공짜다. 체험비는 종류에 따라 1,000원부터 1만원까지.

 

*'남해' 가볼만한 명소

‘남해 똥배’란 말이 있다. 불과 수 십년 전만 해도 농사에 쓸 거름을 얻으러 여수, 돌산도로 똥을 거두러 다녔던 남해 배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남해 사람들의 근면함과 억척스러움을 상징하는 말이다.

남해 주민들은 그들을 이토록 억세게 만든 척박한 환경의 이 땅을 ‘보물섬’이라 부른다. 살기엔 팍팍해도 그 풍광의 아름다움은 어디에도 견줄 데가 없다고 자부하면서.

남해를 대표하는 산은 금산(錦山). 비단을 두른 듯 아름답다는 산이다. 꼭대기에 걸려있는 보리암은 양양 낙산사 홍련암, 강화도 보문사와 더불어 전국 3대 관음 도량으로 손꼽히는 곳으로 기도발 잘 받기로 유명한 암자다. 상사바위, 장군암, 쌍홍문 등 38경으로 대표되는 기암들은 금산의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

특히 정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상주 해수욕장과 수많은 섬들이 뿜어내는 한려수도 절경이 일품이다. 금산은 복곡 매표소에서 보리암을 거쳐 정상에 오르는 길과 상주 해수욕장에서 오르는 두 가지 코스가 있다.

그 중 승용차가 중턱까지 오를 수 있는 복국 매표소는 나이 드신 분들에게 특히 인기다.

1973년 일찍이 남해대교가 놓이면서 반육지가 됐다고 하지만 남해는 분명 섬이다.

그 ‘섬’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해안 도로 일주다. 지족을 출발해 물건항과 미조항을 잇는 물미 해안 도로는 남해의 수려한 풍광의 바다를 만나게 해 주는 길로 다양한 절경을 만나게 된다. 창선교 밑을 흐르는 지족 해협에는 V자형 나무 말뚝이 여기저기 박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남해의 자랑인 죽방렴이다.

빠른 물살이 드나드는 물목에 참나무 말뚝을 박고 대나무발로 그물을 쳐둔 뒤 죽방에 들어 온 물고기가 물이 빠져 갇혔을 때 건져 올리는 원시 어업 기구다. 죽방에 걸려온 멸치 등 물고기는 그물로 거둔 것과 달리 비늘 등이 손상되지 않고 맛이 뛰어나다고 한다.

인근 주민들은 가천 다랑이논과 함께 이 죽방렴을 ‘남해의 살아있는 자존심’이라고도 한다. 역사를 고스란히 품어낸 의지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날 좋은 때, 낙조 무렵이면 죽방렴 너머로 떨어지는 햇덩이가 잊지 못 할 광경을 연출한다.


1.5㎞의 방풍림으로 해안을 둘러싼 물건 방조 어부림 뒤편에는 독일 마을이 있다. 1960년대 외화 벌이를 떠났던 서독 광부, 간호사들이 국내로 돌아 와 정착하며 여생을 보내는 곳. 하얀 벽과 빨간 지붕으로 통일된 집들이 이국적이다.

남해 최담단 항인 미조항에서는 싱싱한 회를 맛볼 수 있다. 특히 공주식당(055-867-6728) 등에서 맛볼 수 있는 멸치회나 갈치회가 유명하다. 막걸리로 씻어내 비린내가 없고 매콤하게 버무려져 입맛을 돋운다.

남면과 서면을 돌아나가는 서쪽 해안 도로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어머니의 자궁 같은 포근한 앵강만을 끼고 돌아 다랭이 마을을 지나면 향촌 몽돌해안과 사촌해수욕장을 만날 수 있다. 해안 절경도 감탄을 자아내지만 길가에 늘어선 낮은 봉우리들을 뒤덮을 듯한 붉은 황토밭도 시선을 잡아 끈다. 다랑이논이라도 만들 듯 알뜰하게 일궈낸 경지다. 붉은 털모자를 뒤집어 쓴 듯한 생김새가 정겹다.

구미숲을 지나면 남해스포츠 파크. 한겨울 축구 야구 등 국내 운동 선수들이 동계훈련 오는 장소다. 남해대교가 서 있는 해협은 이 충무공이 장렬한 최후를 맞은 노량이다. 남해대교 인근 관음포에는 충무공의 시신을 처음 모셨던 전몰 유허(遺墟)가 있다. 충무공의 유해는 이 곳에서 3개월 가량 모셔졌다가 뭍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당시의 가묘가 지금도 남아 있다.

 

*충무공, 그대 진 자리...침묵하는 바다...


경남 남해는 한려수도의 한가운데 앉아 있다. 사천 삼천포에서 4개의 연륙교를 건너면 남해 창선도. 창선도의 들녘은 남해에서도 가장 푸르다. 겨울에 파종한 마늘은 알이 단단히 여물어가고 있고, 보리도 한뼘이나 자랐다. 사천 앞바다는 충무공이 처음으로 거북선을 앞세워 왜군을 물리친 곳이다.

창선도 앞바다는 제법 물살이 세다. 호리병 목처럼 섬과 뭍이 바짝 달라붙었기 때문이다. 바닷물이 여울처럼 흐르는 지족해협엔 남해의 명물인 죽방렴이 여기저기 놓여있다. 죽방렴이란 나무를 바다에 박아 물고기가 한번 들어가면 나오지 못하게 하는 일종의 나무그물이다. 아침이면 통통배를 끌고 죽방렴을 살피는 어부들의 모습이 정겹다.

남해 앞바다는 너무나 평화롭다. 섬들이 바람을 걸러줘 파도는 깃을 세우지 못하고 낮게 출렁거린다. 물이랑이 작은 파도 위에는 햇살이 폭포처럼 쏟아져내려 은빛으로 반짝거린다.

한려수도는 섬들의 바다이다. 단 한곳도 해안선이 직선으로 펼쳐지지 않고 바다가 요철처럼 뭍을 파고들어 구불구불하다. 뭍과 한뼘씩 떨어진 작은 섬들이 마치 부표처럼 떠있다.

제주와 거제, 진도, 강화에 이어 5번째로 큰 섬 남해는 볼거리가 무궁무진하지만 반드시 찾아야 하는 것이 바로 충무공의 흔적이다. 남해의 노량은 충무공이 마지막 숨을 거둔 곳이다. 순천에서 퇴로가 차단된 채 고립돼 있는 왜군을 구출하기 위해 500여척의 왜선이 남해대교앞 노량에서 이순신이 이끄는 조선 명나라 연합함대와 만났다. 충무공은 왜군의 배 400여척을 침몰시키는 대승을 거뒀지만 노량의 관음포에서 유탄에 맞아 숨을 놓았다.

관음포의 이락사(李落祠)는 충무공의 순국지. 이락사란 이순신이 꽃처럼 숨진 곳이라는 뜻이다. 사당에는 큰 별이 바다에 졌다는 뜻의 ‘대성운해’(大星隕海)란 현판이 걸려 있는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것이다. 토박이들은 관음포를 이락포라고 부른다.

이락사는 충무공 순국 후 200여년이 지난 순조때 사당을 세웠다고 한다. 사당 앞에는 ‘전방급 신물언아사’(戰方急 愼勿言我死)라는 돌비가 세워져있다. 지금 전세가 급하니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는 충무공의 유언이다.

이락사를 지나 첨망대로 가는 길은 걷기 좋은 오솔길이다. 솔숲 너머에는 동백이 간간이 섞여 있는데 아름드리 노송은 없지만 아늑하다. 숲길 끝자락의 정자 첨망대에 오르면 광양만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전략과 전술에 대해 알지 못하는 무지렁이들도 관음포와 노량이 얼마나 중요한 군사요충지인지 알 수 있다.


남해대교 앞 충렬사는 충무공을 모신 사당이다. 바다에는 거북선도 재현해놓았다. 사당 뒤편에는 가묘와 함께 1965년 박전대통령이 심은 소나무 한그루가 서있다. 벌써 40년 세월이 흘러 이제는 소나무도 장송이 됐다. 남해대교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충렬사는 남해 사람들이 가장 자긍심을 갖는 유적지이다. 세계 해전사에서 충무공처럼 단 한번도 패하지 않고 스물세번 전투를 벌여 모두 이긴 명장은 없었다고 한다.

러·일전쟁 당시 발틱함대를 격파한 일본의 도고 헤이하치로조차 전승 축하연 자리에서 “나를 이순신 제독에 비교하지 말라. 그 분은 전쟁에 관한 한 신의 경지에 오른 분이다. 나를 전쟁의 신이자 바다의 신이신 이순신 제독에게 비유하는 것은 신에 대한 모독”이라고 했다고 한다.

한 줌 땅을 지키기 위해 꽃처럼 져버린 충무공과 수군들의 넋이 깃든 남해. 봄빛에 뒤채는 바다가 너무나 곱다. 한뼘 파도도 일으키지 못할 정도로 아늑하고 평화로운 바다가 외려 가슴을 아리게 한다.

※ 남해 길잡이

○ 교통

대전~진주간 고속도로~남해고속도로~사천으로 방향을 잡는다. 사천IC를 건너 삼천포대교로 진입할 수도 있고, 진교IC로 빠져 남해대교를 건널 수도 있다. 사천IC에서 빠질 경우 사천공항을 지나 삼천포까지 내려간 다음 삼천포대교~창선교~남해로 코스를 잡으면 된다. 충무공 유적지인 이락사는 남해대교가 더 빠르다. 남해대교를 건너서 직진하면 오른쪽으로 이충무공전몰유허지(이락사) 안내판이 보인다. 지나치기 쉬우니 주의해야 한다. 충렬사는 남해대교를 건너서 1024번 지방도로 빠지면 된다. 남해대교 바로 아래에 있다고 보면 된다. 거북선 뒤편 언덕빼기에 있는 사당이 충렬사다. 관광안내소(055)863-4025

○ 음식·숙박

남해의 상주해수욕장과 남해읍내 등에는 민박집과 여관이 많다. 최근 삼천포대교로 연결된 연륙교 숙박단지에 몽블랑(055-867-7792) 등 전망좋은 모텔이 들어섰다. 특급호텔 못지않게 깔끔하지만 성인용 TV방송이 나오기 때문에 자녀와 함께 갈 때는 주의해야 한다. 연륙교 아래 횟집단지의 원정횟집(055-867-6665)도 음식솜씨가 좋다.


○ 볼거리

최근 충무공의 흔적을 쫓아가는 한려수도 뱃길여행상품이 나왔다. 기차로 밀양까지 내려간 다음 거제 한려수도 해상공원과 외도를 둘러보고 삼천포에서 1박을 한다. 금산 보리암 또는 남해 충렬사와 이락사 등을 찾는다. 다시 남해 스포츠파크에서 여수 오동도까지 한려수도 뱃길 여행을 한다. 여수에서는 진남관, 호국사찰 흥국사 등을 찾고 순천 갈대밭 등을 방문한다. 3일째는 녹동에서 배를 타고 사슴섬 소록도를 찾으며 보성 녹차밭도 들른다. 보성 율포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오는 2박3일 코스. 24만원. 밀양역~거제 외도~삼천포~보리암~순천만~낙안읍성~보성차밭 등 1박2일 코스는 18만원. 비타민여행여행사(02-736-9111), 여수 거문도관광여행사(080-665-4477).



출처 : http://blog.daum.net/joggb/6953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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